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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무려 19년을 한 팀에 몸 담았다. 떠나는 심경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은 계약 만료에 따라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기로 했다. 고 감독은 지난 2003년 삼성화재에 입단해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삼성 왕조’의 일원이었던 그는 2016년 은퇴 후 코치로 변신했다. 그리고 2020~2021시즌부터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다. 한 팀에서 쉬지 않고 선수와 코치, 감독을 모두 거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고 감독은 명실공히 삼성화재의 ‘레전드’다.
감독으로 보낸 지난 두 시즌 성적에는 희비가 엇갈린다. 첫 시즌엔 6승에 그치며 최하위에 자리했다. 이번 시즌엔 달랐다. 6라운드 코로나19 변수가 아니었다면 봄배구에도 도전할 만한 성적이었다. 지난 시즌에 비해 8승이나 많은 14승을 수확했고, 순위 도약도 이뤄냈다. 강력한 서브와 한 번 흐름을 타면 무섭게 상대를 몰아붙이는 확실한 팀 컬러도 눈에 띄었다.
고 감독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제 짐을 싸서 나왔다. 19년 동안 한 팀에 있어서 그런지 짐이 정말 많더라”라며 “가족이 너무 많이 울어서 마음이 아팠다. 아내도 그렇고 아들도 울더라. 장모님은 ‘꽃이 예쁘게 피었다’라면서 이제 아내와 좋은 데도 많이 다니라고 위로해주셨다. 그 말씀을 들으니까 저도 감정이 올라오더라. 만감이 교차했다”라고 말했다.
아쉬움이 남지만 후회는 없다. 고 감독은 “감독을 못 했다면 서운했을 텐데 2년간 해봤으니 괜찮다. 아쉬움은 남지만 그게 다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성적이 더 좋았을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제가 부족했다”라며 2년간의 사령탑 생활을 마감한 소회를 이야기했다.
감독 자리에서 내려오지만 삼성화재를 향한 애정은 변함이 없다. 고 감독은 “삼성화재는 제 고향 같은 팀이다. 저처럼 한 팀에서 이 정도로 오래 있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라며 “팀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더 잘 되길 바란다. 밖에서 열심히 응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감독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다만 현장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 고 감독은 “기회가 되면 해외연수를 가보고 싶기도 하다. 너무 오래 쉬고 싶지는 않다. 좋은 제안이 오면 현장으로 돌아오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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