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아쉬움에 못 일어나는 케이타
KB손해보험 선수들이 9일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V리그 남자부 챔프언결정전 3차전 대한항공과 경기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왼쪽은 케이타. 2022. 4. 9.계양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최초에 최초. KB손해보험 역사의 시작과 끝엔 케이타가 자리한다.

6,6,4,6,6. 그동안의 KB손해보험을 대변하는 정규리그 순위다. 만년 하위권 이미지에 지난 두 시즌 전까지 순위표 아래에서 허덕댄 KB손해보험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노우모리 케이타를 영입한 이후였다. 2020~2021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검증되지 않은 2001년생 말리 출신 케이타를 데려온 KB손해보험은 누구도 얕볼 수 없는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케이타가 팀을 완벽하게 바꿔놨다.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리그 첫 데뷔전에서 40점(성공률 53.85%)을 기록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행보는 거침없었다. 2016~2017시즌 타이스(삼성화재) 이후 처음으로 단일 시즌 총 득점 1000점을 넘겼다. 남자부 역대 개인 한 경기 최다득점 공동 2위(54점)를 비롯해 10년 만에 팀을 봄 배구로 이끌었다.

패기에 경험까지 더해진 2년차 케이타는 더 강력했다. 공격은 물론 서브, 블로킹, 수비까지. 빈틈 찾기가 어려웠다. 2014~2015시즌 삼성화재 시절 레오가 올린 단일 시즌 최다 득점(1282점)을 돌파, 1285점의 신기록까지 세웠다. V리그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흥 넘치는 세리머니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고, V리그 팬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케이타의 ‘미친 활약’에 KB손해보험은 두 시즌 연속 꿈의 무대에 올랐다. 그에게 남은 숙제는 단 하나. ‘우승’이었다. 팀을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끈 것도 모자라 우승 선물까지 안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지난 9일 우승 트로피를 놓고 맞붙은 챔피언결정 3차전 대한항공에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했다. 177분, 5세트 혈투 끝에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눈앞에서 놓쳤다. V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57점을 올린 케이타의 괴물급 활약에도 마지막을 넘어서지 못했다. 케이타는 마지막 포인트를 뺏긴 이후 눈물을 쏟아냈고, 한동안 코트 바닥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너무 간절하게 우승하고 싶어했기에 케이타 마음을 잘 풀어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상대도 경의를 표했다. 챔프전 MVP를 수상한 링컨 윌리엄스는 “배구계의 유니콘 같다”며 “케이타의 플레이를 믿을 수 없었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 역시 “시즌 내내 잘해준 케이타를 막기 힘들었다. 정말 좋은 경기였고 강팀이었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케이타의 영향력은 말로 형용할 수 없다. 눈에 보이는 기록 외에 패배 의식이 짙었던 팀에 ‘할 수 있다‘는 DNA를 심어주는 등 케이타 한 명이 팀에 가져다 준 긍정 효과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제는 케이타의 행보에 눈이 쏠린다. 한국을 떠날 것이 유력한 가운데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은 “아직 시간이 있다. 확정된 것은 없다. 끝까지 케이타와 접촉하며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구단 관계자 역시 “트라이아웃 마감일까지 시간이 남았다”며 케이타 잡기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팀에 전무후무한 역사를 남긴 케이타와 KB손해보험의 동행이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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