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이도류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적인 스포츠 아이콘으로 올라선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31)가 올 한해를 돌아보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백투백 월드시리즈(WS) 우승의 화려함 뒤에는 번뇌가 자리하고 있었다.
오타니는 28일 일본 NHK에서 방영한 특집 프로그램 NHK 스페셜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 2025’에 출연해 다사다난했던 2025시즌을 되돌아봤다. 2년 만에 투타 겸업을 재개한 그는 타자로 55홈런을 터뜨리며 개인 최다 기록을 세웠고, 메이저리그(ML) 역사상 4번째 만장일치 MVP를 차지했다.

올시즌이 터닝포인트로 작용했다는 게 오타니의 설명이다. 지난 2023년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꾸준히 재활에 매진했지만, 이듬해 어깨 부상을 당하며 타자로만 뛰었다. 올해 6월에야 마운드에 올라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87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최종 성적은 158경기, 타율 0.282, 55홈런 10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14다.
최대 목표였던 팀의 2연패를 달성한 만큼 ‘만점 시즌’이었으나, 이면에는 불안감이 존재했다.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투수 복귀를 준비했다고 밝힌 그는 “나이도 이제 베테랑으로 접어드는 시점”이었다며 “만약 다시 수술하게 될 경우 또다시 1년 반의 재활을 감내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투구 폼에도 큰 변화를 줬다. 수술 전에는 세트 포지션에서 투구했는데, 올시즌에는 ‘노 와인드업’으로 전환했다. “그전에는 제구에 중점을 뒀다”고 운을 뗀 그는 “그런데 수술 이후에는 제구 회복까지 1년 정도는 걸릴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실제 데이터상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이 늘고 있었고, 나 역시도 체감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가볍게 던지더라도 시속 95~96마일대 구속이 안정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팔꿈치 부담도 고려한 결정”이라고 부연했다. 마크 프라이어 투수 코치는 “오타니는 투타에서 매우 미세한 신체 움직임까지 감지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가을야구 초반 타격 부진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적 후 처음으로 야외 프리 배팅을 진행했는데, 극적인 반등으로 이어졌다. 그는 “초반에 공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루틴을 바꿨다”며 “훈련 때 시도한 것들이 들어맞아 가는 느낌이 들었다. 늦지 않게 타격감이 회복해 다행”이라고 회상했다. 이날 오타니는 선발 투수로는 6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고, 타석에서는 3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야구를 향한 열망도 드러냈다. 오타니는 “취미로도 야구는 지우고 싶지 않다”며 “그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해야 할 일과 책임이 늘어도 내가 하고 싶은 야구를 내 방식대로 즐기고 싶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즐기는 마음은 은퇴할 때까지 유지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ssho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