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tucky Derby Asmussen Moment Horse Racing
제148회 켄터키 더비에 출전한 에피센터(Epicenter)와 트레이너가 지난 2일 가볍게 레이스를 하고 있다. 처칠다운스(켄터키주)|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스포츠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2분(The Most Exciting Two Minutes in Sports)’ ‘장미를 위해 뛰어라(The Run for the Roses)’

올해로 148주년을 맞는 경주마 켄터키 더비의 슬로건이다. 2분 동안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벌이는 종목이 경마다. ‘장미를 위해 뛰어라’는 우승마에게 장미 화환을 장식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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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터키더비 우승마에게 주어지는 장미화환담요

미국의 3대 경주마대회 트리플 크라운의 첫 레이스다. 5월의 첫 번째 토요일에 켄터키주 루이빌 처칠다운스 트랙(2000m)에서 벌어진다. 한국 시간 8일이다. 켄터키 더비는 1875년에 레이스를 시작해 한 차례도 중단이 없었다. 2020년 코로나 팬더믹으로 5월 일정이 9월로 변경됐을 뿐이다.

켄터키 더비가 끝나면 2주 후 매릴랜드주 볼티모어 핌리코 레이스 코스(1900m)에서 프리크네스 스테이크스가 열린다. 프리크네스 스테이크스는 1873년에 시작됐다. 3주 후에는 뉴욕주 엘몬트 벨몬트 파크(2.4km)에서 벨몬트 스테이크스로 막이 내린다. 3대 경주마대회 가운데 트랙의 길이가 가장 길다.

한국에서 경마는 아직 국민적 스포츠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유럽 등 서구에서 경마는 레저와 문화로 자리매김된지 오래다. 특히 미국에서는 말이 인간과 함께 생활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어 경주마를 사람처럼 대접한다.

Kentucky Derby Horse Racing
8일(한국 시간) 거행되는 트리플 크라운 첫 번째 대회 켄터키 더비에 출전한 클래식 코즈웨이(Classic Causeway)가 비온 뒤 땅이 젖은 트랙에 들어서고 있다. 처칠다운스(켄터키주)|AP연합뉴스

1973년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했던 ‘세크러테리엇(Secretariat)은 경마의 마이클 조던으로 스포츠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세크러테리엇이 세운 3대 경주마 대회의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슈퍼스타였던 세크러테리엇, 세비스커트(Seabiscuit) 등은 영화로도 상영돼 인기를 끌었다.

켄터키 더비가 3대 경주마 가운데 후발 주자이면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이유는 트리플 크라운의 첫 대회며 규모에서 가장 크기 때문이다. 출전마도 가장 많다. 올해 20마가 출전한다. 도박사들은 잰던(Zandon)의 우승 가능성을 가장 높이 보고 있다.

더비는 미국의 스포츠 이벤트 가운데 톱10에 꼽힌다. 관중이 평균 15만 명이 운집한다. 미국의 경마가 영국에서 유래된 탓인지 여성들의 모자와 복장이 옛 유럽의 귀족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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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켄터키더비 풍경

더비에 출전하는 말은 3세의 서러브레드(Thoroughbred) 1등급이다. 서러브레드는 영국의 재래 암말과 아라비아의 수말을 교배한 품종이다. 경주 능력이 우수한 말이다.

더비 우승마에게는 상금 186만 달러를 수여한다. 우승 상금보다는 더비에 거는 베팅액이 훨씬 크다. 전 세계에서 베팅한다.

야구에서 타격 3관왕 달성이 어렵듯 경마의 트리플 크라운은 더 어렵다. 우수한 말, 트레이너, 기수 등 3박자가 조화를 이루고 때를 만나야 한다. 켄터키 더비를 기점으로 146년 역사상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한 경주마는 13마에 불과하다. 대회에 출전하면 말들의 체력 소모가 매우 크다. 프리크네스 스테이크스 이후 3주 후에 벨몬트 스테이크스가 열리는 이유도 출전마의 체력 소모를 고려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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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회 켄터키 더비 출전마 모 도니갈(Mo Donegal)이 대회 준비를 위해 레이스를 하고 있다. 처칠다운스(켄터키주)|USA TODAY Sports연합뉴스

2010년대 두 말이 트리플 크라운을 작성했다. 2015년 아메리칸 파로아(Amrican Pharoah)와 2018년 저스티파이(Justify)였다. 두 말은 역대 최고의 트레이너를 꼽히는 봅 배퍼트가 조련한 말이다.

경마에서 트레이너는 다른 종목의 감독격이다. 배페트가 조련한 말은 3대 경주마대회에서 무려 16차례나 우승했다. 그러나 올 컨터키 더비에는 출전하지 못한다. 2021년 더비 우승마인 메디나 스피릿이 레이스 후 약물 테스트에서 실패했고 재판에서 져 우승 자격을 박탈당했기 때문. 처칠다운스 측은 2023년까지 배퍼트 출장을 정지했다.

트리플 크라운에 출전하는 3세의 서러브레드는 11월 시즌을 정리하는 브리더스컵으로 한 시즌 정도 활동하고 현역에서 물러난다. 이후 종마로 활용된다. 우수한 말은 2000만 달러를 호가하는 고가다. 공동구단주 체제가 많다. 트리플 크라운 대회 우승마는 한 차례 교배 비용이 10만~20만 달러다.

경마에서 암컷, 필리(filly)라고 한다. 트리플 크라운 대회에서 암컷이 우승한 경우는 140 여년이 넘는 역사에서 단 11마뿐이다. 경주마대회에서는 수컷이 훨씬 유리하다는 게 역사로 증명돼 있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