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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후원 기업은 꾸준히 늘고 있는데 성적은 신통치 않다. 타선 반등이 절실한 히어로즈다.
키움은 독특한 팀이다. 어린 선수를 잘 키워 주축으로 끌어 올리는 데 탁월한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이 선수들이 구단 운영에 활용된다. 창단 때부터 ‘선수를 팔아 구단을 운영한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올해도 박병호를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KT에 빼앗겼고, 박동원을 현금 10억원과 내야수 김태진, 신인 지명권을 받고 KIA에 내줬다. ‘선수를 판다’는 비판은 달리보면 소구력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이 형성돼 있으니 거래가 이뤄지는 건 자본논리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개막을 앞두고 강정호 복귀 파문이 크게 불거졌지만, 히어로즈에 대한 소구력은 여전했다. 기업과 후원계약을 맺고 운영자금의 상당 부분을 보조하는 구단 특성상 서브 스폰서 계약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개막 이후만 따져봐도 10개가 넘는 기업이 히어로즈와 손잡았다. 후원계약은 선수단 유니폼이나 각종 장비뿐만 아니라 구장 시설물 곳곳에 기업명을 노출하는 형태다. 홈 72경기가 모두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데다 국내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KBO리그의 화제성은 기업 입장에서 매우 흥미로운 광고 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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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성적이 좋으면 금상첨화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큰 상관 없다. 히어로즈가 최하위로 떨어져도 경기는 중계하고, 각종 매체를 통해 노출된다. 냉정하게 보면, 어떤 형태든 이슈화하는 게 후원기업 입장에서는 이득일 수 있다.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도 전략의 일환이다.
히어로즈 구단으로서는 성적을 담보하는 게 바람직하다. 파급력이 높은 포스트시즌 등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뉴스로 노출되는 게 광고 단가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구단 가치는 성적이 좌우한다. 그런데 최근 히어로즈의 행보는 구단의 기대와 반대다. 구심점 역할을 할 선수가 없으니 흐름을 내주면 속절없이 무너진다. 젊은 선수가 많아 아직은 체력부담이 적은 시기이지만, 여름 레이스로 접어들면 체력과도 싸워야 한다.
김하성 박병호 박동원 등 주축 선수가 하나둘 떠나고, 이정후 한 명이 끌고 가기에는 팀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그런데도 이정후는 최근 응원단상에 올라 “팬 여러분과 3년 만에 다시 만나는 것 같다. 3년 동안 팀이 많이 달라졌다. 팀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선수들이 여전히 많이있다. 팬 여러분도 슬픈 일이 있었겠지만, 내가 있는 한 최대한 즐거움을 드리겠다”고 팬들을 위로했다. 선수단의 땀과 팬의 진심이 히어로즈에게 소구력을 갖는 기업뿐만 아니라 구단 경영진에게도 닿기를 바라는 메시지처럼 비친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