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주간 성적 2승 4패. 대위기란다. 철옹성 같은 단독 선두 지위가 휘청일 만큼 큰 타격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3월 한 달간 치른 7경기를 모두 잡았고 4월들어 매주 못해도 3승은 따냈으니, 2연속 ‘열세 3연전’한 게 이상할 수밖에 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LG 경기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있다는 점이다.

KBO리그 정규시즌은 장기레이스라는 점, 베테랑들이 정상궤도로 올라오는 시기이자 신인급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변곡점이라는 것까지 고려하면, LG를 향한 호들갑은 썩 와닿지 않는다.

4월에 남은 두 경기를 포함해 남은 115경기에서 승률 5할만 달성해도 시즌 77승이다. 상승무드 한두 번만 타면 80승은 쉽게 도달할 만한 초반 기세다.

물론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사람이 하는 스포츠이고, 워낙 변수가 많아 예단하기 어려운 게 야구다. 그런데도 ‘LG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트윈스에게서만 볼 수 있는 장면 때문이다. 선수 각자 ‘확실한 나만의 것’이 있고, 실패하더라도 시행에 옮기는 모습을 거의 모든 선수에게서 볼 수 있다. 다른 9개팀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예를들면 이렇다. 모처럼 선발출장 기회를 잡은 백업 야수다. 상대는 리그 톱클래스 왼손 투수. 구위도 좋고, 변화구도 예리한 편이다. 누가봐도 백업 선수가 열세이지만, 적어도 볼을 따라다니지는 않는다. 바깥쪽 공략을 잘하는 투수여도 2스트라이크 전까진 반응하지 않고 기다린다. 타이밍만 잰다. 그러다 기습적으로 날아드는 높은 공에는 벼락같이 배트를 내민다. 파울이든 헛스윙이든 결과는 관계없다. 비록 실패해도 ‘이 코스만큼은 놓치지 않는다’는 확신이 엿보인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어떤 상황에서든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날아드는 ‘확실한 공 하나’가 있다. 원하는 곳에 던질 확률이 50% 미만이어도 계속 도전한다. 볼넷을 주든, 실투로 장타를 허용하든 흔들림없다. 상대에 대한 분석도 집요하게 하지만 ‘나는 어떤 선수인가?’ ‘내 강점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경기 중간중간 투영된다.

이런 장면은 다른 팀에서도 볼 수 있다. 차이점은 팀 전체가 아닌 특정 선수에 국한한다는 점이다. “경기 결과는 감독이 책임진다”는 말은 10개구단 사령탑이 똑같이 한다. 결괏값을 만들어내는 선수가 ‘어떤 사람’인지 꿰뚫고 있는 사령탑은 몇명이나 될까.

지피지기(知彼知己)에서 중요한 건 ‘나를 아는 것’이다. 상대를 분석하기 전에 ‘나’에 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분석값을 적용해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LG의 초반 기세는 ‘지기(知己)’라는 숙제를 완벽히 끝낸 뒤 시즌에 돌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긴 장기레이스 도중 분명 길을 잃을 때도 있겠지만, 자신을 객관화하지 않은 선수가 많은 팀보다는 빨리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매우 선명한, LG의 힘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