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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고척=김동영기자] “군대 재미있게 다녀왔죠.”
두산에 호쾌한 루키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예비역’ 정철원(23)이다. 입단은 2018년 했지만, 전역 후 올 시즌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군대도 재미있게 다녀왔다며 웃었다. 거침이 없다. 친구이자 국내 최고를 다투는 타자 KT 강백호(23)를 타깃으로 잡고 있을 정도다.
정철원은 지난 2018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두산 지명됐다. 전체 20순위다. 안산공고 3학년 시절인 2017년 22경기에서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06이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일궈냈다. 청룡기 4강까지 이끌었다. 김광현(SSG)이 이끌던 시절 이후 첫 4강이었다. 신장 192㎝로 신체조건도 좋다. 그럼에도 지명 순위가 살짝 밀린 감은 있다.
그래도 스스로는 긍정적이었다. 10일 고척에서 만난 정철원은 “딱 생각하던 순위에 뽑혔다. (곽)빈이나, (박)신지가 나보다 훨씬 공도 좋았고, 즉시전력감이었다”고 당시를 짚었다. 곽빈은 2018년 1차 지명자이며 박신지는 2차 1라운더다. 이후 2라운드 마지막에 정철원의 이름이 불렸다. 두산에게 대박이 될 수 있다.
일단 2021년까지는 보여준 것이 없다. 2018~2019년 1군 기록이 없고, 퓨처스에서도 2년간 15경기 등판이 전부다. 2019시즌 후 군에 입대했다. 상무나 경찰청을 노릴 수 있었으나 현역을 택했다. 빨리 다녀오고 싶었단다.
정철원은 “1~2년차를 보내면서 느낀 것이, 그때 배영수 코치님이 현역이셨고, 권혁 선배님도 계셨다. 좋은 투수들이 워낙 많았다. 내가 좋은 공을 던지는 것과 별개로 빨리 군대를 다녀오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8군단 포병으로 복무했다. 간부들이 야구를 좋아하셨다. LG 출신 최우혁 선수가 선임이었고, 후임도 선수 출신이 왔다. 덕분에 캐치볼 등 훈련에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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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남자가 현역으로 군대 다녀오는 것이 뭐 어떤가. 총도 열심히 쐈고, 훈련도 열심히 했다. 재미있게 복무하고 왔다”며 웃은 후 “군에 일찍 다녀온 덕분에 지금 기회를 얻은 것 같다. 입대 전에도 시속 140㎞ 후반의 속구를 던졌다. 전역 후 팔도 싱싱했고, 아픈 곳도 없으니까 몸을 잘 만들면 2022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몸을 꾸준히 만들었고, 계획대로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역 후 육성선수 신분이었으나 지난 1일 정식선수로 전환됐고, 1군에 올라왔다. 6일 1군 첫 등판을 치렀다. 0-3으로 뒤진 6회초 곽빈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왔고, 2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볼넷과 안타를 내주는 등 위기에 처했으나 만루에서 병살타를 유도해 최소 실점으로 막아냈다. 최고 시속 152㎞의 강속구를 뿌렸다.
7일에도 등판했다. 1-3으로 뒤진 7회초 올라와 오윤석을 2루수 뜬공으로 잡았다. 7회말 타선이 터지면서 역전에 성공했고, 그대로 이겼다. 0.1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정철원이 승리투수가 됐다. 데뷔 첫 승이었다.
데뷔 첫 1군 무대지만, 위축되지 않는다. 거침 없이 자기 공을 뿌리고 있다. 정철원은 “1군에서 뛰니 기분이 좋다. 2군에서 준비를 잘하면서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신 것 같다. 1군에서 던지는 것이 기쁘다. 최고 시속 152㎞까지 나왔는데 힘을 더 주고 던지면 더 나올 것 같다. 시즌 초반이어서 아껴두고 있다”며 미소를 보였다.
김태형 감독은 정철원을 ‘필승조’로 분류했다. “중요할 때 써야할 선수다. 승리조로 쓰겠다. 일단 구속이 빠르다. 시속 140㎞ 후반에서 시속 150㎞까지 나온다. 가장 큰 장점이다. 마운드에서 자신감도 있다. 자기 공을 자신 있게 던진다”며 호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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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정철원은 “언제 나가도 상관 없다. 내 공을 던지고 싶다. 퓨처스에서는 선발로 나갔는데 불펜으로 출전하니까 또 재미있다. 불펜에서 몇 개 안 던져도 금방 팔이 풀리는 것 같다. 선발-중간-마무리 뭐가 됐든 감독님께서 나가라고 하면 나가면 된다. 등판이 즐겁다. 중요한 순간에 써주시면 감독님께 감사할 따름이다”고 강조했다.
밝은 성격을 자랑하는 정철원이다. 그만큼 멘탈이 강하다는 평가. ‘4차원’ 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정철원은 당당했다. “마운드 밖에서는 밝지만, 등판해서는 타자에 집중한다. 나보다 4차원인 선수들 많다. (안)우진이도 4차원이고, (강)백호도 4차원이다. 나는 양호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며 웃었다.
또한 “1군이기는 해도 떨리지는 않는다. 속구도 자신 있지만, 슬라이더나 커브, 포크볼도 자신 있다. 속구가 안 통하면 커브 던지면 되고, 커브가 안 먹히면 슬라이더를 던지면 된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감 덩어리다.
잡고 싶은 상대도 있다. 프로 입단 동기 강백호다.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의 타자로 성장했다. 올 시즌은 불의의 부상으로 현재 뛰지 못하고 있다. 정철원은 “백호가 없어서 좀 아쉽기는 하다. 그래도 없을 때 좀 잘해놓고, 1군 자리부터 잡고 그 다음에 상대하겠다. 백호 복귀하면 이겨야 하니까 살도 좀 찌워야 할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투수로서 최고의 성격이라 할 수 있다. 긍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친다. 자기 공도 믿고 있다. 장신에서 뿜어내는 강속구 자체로 매력이 넘친다. 두산이 또 다른 자원을 발굴했다. 화수분은 계속된다.
raining99@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