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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칸(프랑스) = 조현정기자] “정우성씨를 가장 멋지게 찍고 싶었다.”(이정재), “월드스타 이정재가 와서 칸이 ‘헌트’를 좋아하는 것 같다.”(정우성)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덤에 오른 배우 이정재의 첫 연출작 ‘헌트’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감독’ 이정재와 주연배우 정우성은 현지에서 나란히 레드카펫을 밟았고 80여개 국내외 언론과의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헌트’는 지난 19일 자정(이하 현지시간)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된 직후 7분간 기립박수를 받았을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두 사람을 21일 오전 칸의 ‘테라스 드 페스티벌’에서 만났다.

나란히 칸에 초청돼 ‘영광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이정재와 정우성의 우정이 빛났다. 둘이 스크린에서 호흡을 맞춘 것은 영화 ‘태양은 없다’(1999년) 이후 23년 만이다. 이들 모두 이번이 두 번째 칸 영화제 초청이다. 정우성은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정재는 2010년 영화 ‘하녀’ 로 처음 칸을 찾았다.

이정재가 감독 및 각본 공동 집필, 주연 배우로 참여한 ‘헌트’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조직 내에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게 되며 펼쳐지는 첩보액션 드라마다.

이정재는 감독으로서 바라본 오랜 친구 정우성에 대해 “내가 정우성씨를 최고로 멋있게 찍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투톱 주연으로 (정우성이 연기한) 김정도라는 캐릭터와 영화안에서 밸런스를 잘 맞춰야 하지만 정우성이란 배우를 최고로 멋있는 남자로 보이게끔 하기 위해 대사에서부터 정도가 하는 행동의 표현 등을 어떻게 찍을까 고민했다. 콘티 회의할 때도 ‘정도가 멋있어야 해’라고 끊임없이 얘기해서 스태프들 뇌리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감사하다”면서도 “스파이물이고 남성 캐릭터여서 멋보다는 캐릭터가 하는 행위가 호감이 가야 했다. 박평호와 김정도를 이정재와 정우성이 맡은 것이 좋아보이면 안됐다. ‘둘만 즐기고 있네’가 아니라 치열해야 했다. 치열함이 두 캐릭터 사이에서 계속 긴장감을 조성하고 대립각 안에서 두 사람의 고민과 상황적인 분위기가 멋스럽게 전달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인 인기를 입증하듯 이번 칸영화제 기간 동안 길거리에서 이정재를 알아본 외국인들이 사진 찍어달라며 몰려드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이정재는 “아직도 얼떨떨하다. 좀더 어렸을 때 이런 상황을 만났다면 지금 같은 생각은 아닐 것 같은데 지금은 나이가 좀 더 있고 경험도 많다보니 개인적인 상황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영화인들이 해외로 조금 더 공격적으로 나갈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조금 늦게 해외에서 유명해지고 내 작품들이 늦게 알려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시작이다. 내게서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그 다음 영화, 내가 출연에 관여하지 않은 수많은 한국 영화 콘텐츠가 더 빛을 보면 좋겠다. 그 안에서 내 일도 생길 것 같다”며 한국 영화의 장밋빛 미래를 낙관했다.

정우성은 칸에서 이정재의 인기와 관련해 “친구 잘 둬서 호강하고 있다. 뿌듯하다. 누구 것을 누가 빼앗아간 게 아니고 하나 있는 걸 독차지한 것도 아니다. 각자의 시간에서 각자에게 오는 기회가 다 다르다. 이정재 배우에게 온 기회는 지금인 것이고 ‘오징어 게임’이라는 작품으로 인해 한국의 다른 작품에 대한 가능성이 많이 열렸다”며 “예전에는 한국 배우들이 칸에 초대받았을 때 충분히 주인공 대접을 받고 있는데도 손님이 남의 잔치를 보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완벽하게 이 축제의 여러 주인공의 한 명으로 존재하는 게 좋다”고 미소지었다. 그러면서 “‘헌트’가 와서 칸이 좋아하는 것 같다. 월드스타 이정재가 와서”라고 짧지만 여운있는 말을 남겼다.

hjcho@sportsseoul.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