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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16시즌 2313이닝.’
투수로서 결코 가볍지 않은 토론토 류현진(35)의 한미 통산 이닝수다. 메이저리그(MLB) 현역 투수 중 류현진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이는 5명(잭 그레인키, 저스틴 벌랜더, 맥스 슈어저, 클레이턴 커쇼, 아담 웨인라이트) 뿐이며, KBO리그 역대 투수 중에는 오직 2명(송진우 3003이닝, 정민철 2394.2이닝)만 류현진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류현진이 2006 도하 아시안게임부터 2008 베이징올림픽,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국제대회도 꾸준히 출전했음을 고려하면 통산 이닝수는 더 늘어난다.
그래서 두 번째 한계점과 마주한 것일지도 모른다. 첫 번째 한계점은 LA 다저스 시절이었던 2015년이었다. 당시 류현진은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투수에게는 사형선고로 불리는 어깨 관절 수술을 받았는데 수많은 부정적인 전망을 극복하고 최전성기를 열었다. 컷패스트볼을 추가했으며 보다 영리한 볼배합과 정확한 제구력으로 2019년 평균자책점 1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 2020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다시 고비가 찾아왔다. 팔뚝 통증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시즌을 시작했는데 부상 복귀 후 팔꿈치까지 통증이 번졌다. 현지 언론은 지난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이후 “류현진이 MRI 검사 결과 왼쪽 팔뚝 염좌와 팔꿈치 염증 소견을 받았다. 앞으로 몇 주 간은 경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최상의 시나리오라도 류현진에 있어서는 긴 시간이 걸리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불안함 속에서 올시즌 두 번째 부상자명단(IL)에 올랐는데 희소식도 들렸다. 토론토 구단은 8일 류현진의 추가 검진 결과를 발표했다. 토론토 구단은 “긍정적이다. 심각한 부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팔꿈치 부위에 만성적인 변화가 보인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현지시간으로 목요일 2015년 어깨 수술을 집도한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나 추가 소견을 받을 계획이다.
최악의 상황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진단이었다. 이 경우 류현진은 앞으로 1년 이상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 수술을 받는 시점이 30대 중반, 그리고 고교시절 이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것까지 돌아보면 완벽한 복귀를 장담하기 어렵다.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피했고 엘라트라체 박사의 소견에서도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주사 치료와 재활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류현진의 커리어가 후반부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야구로 비유하면 경기 중반을 지나 후반부에 돌입하는 7회로 볼 수 있다. 투수의 어깨와 팔꿈치는 유한하며 류현진도 이는 피할 수 없다. 이미 철인의 경지에는 올랐다. 통산 2500이닝을 돌파하면 한국에서 송진우 다음으로 많은 이닝을 투구한 투수가 된다. 이르면 7월 혹은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복귀가 예상되는 가운데 토론토와 계약이 종료되는 2023시즌 후 중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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