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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수원=장강훈기자] KT 장성우(32)가 바람을 제대로 탔다.
장성우는 1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SSG와 정규시즌 홈경기에 5번타자 포수로 선발출장해 팀에 귀중한 선취점을 투런포로 안겼다. 0-0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던 4회말 2사 2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장성우는 SSG 선발 이태양의 몸쪽 포크볼(시속 127㎞)을 잡아당겨 좌월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맞는 순간에는 타이밍이 빨리 파울 지역으로 떠올랐다. SSG 좌익수 하재훈이 열심히 따라갔는데, 파울지역으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주춤주춤 페어 그라운드 쪽으로 돌아왔다. 큰 포물선을 그리며 페이드성으로 날아가던 타구는 좌측 폴을 맞고 떨어졌다. 타자도, 야수도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1루측 KT 관중들은 열광적인 환호로 장성우의 홈런을 축하했다.
이날 수원구장에는 초속 4.9m로 강한 바람이 좌익수쪽에서 우측으로 불었다. 플라이 타구가 나올 때마다 외야수들이 움찔거리며 낙구점 파악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장성우의 타구는 구장 상공의 강한 바람을 타고 처음 날아간 방향보다 우측으로 계속 휘었다. 우타자가 몸쪽 변화구를 걷어 올렸는데, 타구가 우측으로 휠 확률은 극히 낮다. 강한 스윙 덕분에 체공시간도 길어 바람을 충분히 탄 셈이다.
팽팽한 0의 균형이 깨진 순간이기도 하고, 올시즌 SSG전 무승으로 체면을 구긴 KT 선발 소형준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의미있는 아치였다. 시즌 아홉 번째 홈런 순간만큼은 장성우가 ‘바람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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