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이야\'
5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울산 현대와 강원FC의 경기에서 울산 박주영이 강원 서민우와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울산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619일 만에 K리그 골 사냥이었다. 베테랑 공격수 박주영(37·울산 현대)은 하프라인에서 킥오프 호루라기를 기다릴 때부터 표정이 비장했다. 이번만큼은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가득했다.

박주영은 5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20라운드 강원FC와 홈경기 선발 엔트리에 전격 합류했다. 이전까지 박주영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3회)와 FA컵(1회)에서만 선발로 뛰었을 뿐 리그에서는 4경기 모두 교체로 뛰었다. 최근 2경기 연달아 교체로 30분여 뛰면서 몸을 끌어올렸는데, 리그 2연속 무득점 무승(1무1패)에 빠진 울산 최전방을 책임졌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전 “주영이는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컨디션이 지난 경기서부터 좋아지고 있다. 일단 (리그에서) 골을 넣은 지 오래돼서 득점하고 싶어한다”며 의지를 전했다.

공교롭게도 상대 수장은 FC서울 시절 은사인 ‘독수리’ 최용수 감독이다. 최 감독은 박주영 선발 얘기에 “참~”이라며 너털웃음을 짓더니 “사연이 많은 관계인 친구다. 유종의 미를 잘 거두기를 바라고 있다. 적으로 만나니 최대한 봉쇄하겠다”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박주영이 마지막으로 K리그에서 골을 넣은 건 서울 시절인 지난 2020년 10월24일이다. 상대 팀도 강원이었다. 619일이 지나 내심 팀의 위기 상황에서 만난 강원을 상대로 그 당시 좋은 기억을 떠올릴 법했다. 그는 의욕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울산은 후반 중반까지 강원의 블록 수비에 고전했다. 자연스럽게 박주영도 전방에서 고립됐다. 이명재, 설영우 등 풀백까지 전진해 여러 차례 크로스를 시도했으나 박주영은 상대 강한 압박에 홀로 공을 따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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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래도 헌신적으로 임했다. 전방에서 막힐 땐 2선 지역으로 내려와 연계 플레이에 충실했다. 하지만 올 시즌 첫 선발로 뛴 박주영이 풀타임 가깝게 뛰기엔 어려움이 따랐다. 홍 감독은 후반 23분 박주영을 불러들이고 레오나르도를 투입했다. 레오나르도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흐트러진 강원 수비 집중력을 공략했다. 후반 30분 코너킥 상황에서 배후로 침투해 선제골을 넣었고, 1-1로 맞선 후반 42분 절묘한 패스로 엄원상의 결승골을 도왔다. 레오나르도의 활약이 빛났지만 그 전에 전방에서 상대와 많이 싸워준 박주영의 68분도 이전보다 가치가 있었다. 이렇다 할 슛은 때리지 못한 게 아쉬웠을 뿐이다. 홍 감독도 “박주영이 골대 앞에서 움직임이 좋았다. 측면에서 크로스가 넘어왔을 때 타이밍이 안 좋았지만 잘 버티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박주영은 경기 직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팀 사정상 선발로 나섰는데 스스로 좋은 점수를 줄 순 없지만 팀이 이긴 것에 만족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상대가 밀집 방어를 펼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내려서는 팀을 상대로 역습으로 선제 실점당한 게 많다. 공수 밸런스를 잘 잡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상대 수비진이) 복잡하나, 그 안에서 만들어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박주영은 경기 전 최 감독과 손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멀리서도 반갑더라. 인사를 하니까 감독께서 웃더라. 심적으로 늘 가깝게 느껴진다. 경기 끝나고 못 뵀는데 전화 한 번 드릴 것”이라고 했다. 팀이 어려울 때 박주영은 주장 이청용과 후배들을 독려하며 팀 분위기 수습에 애썼다. 특히 우승 경쟁 팀 전북 현대가 지난 라운드에 승점 5점 차이로 따라붙어 선두 자리를 위협했을 때 더욱더 나섰다고 한다. 박주영은 “주위에서 (전북이) 추격해온다는 말이 나오는데, 강팀은 올라올 시기에 올라온다고 본다”며 “선수들에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우리 할 것에만 집중하자고 했다”고 베테랑답게 말했다.

선발 테이프를 끊은 박주영이 덥고 습한 여름 레이스에서 울산 공격진에 힘을 더욱더 불어넣을지 지켜볼 일이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