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역투펼치는 김광현
SSG 김광현이 6월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T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문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2022년 KBO리그 흐름은 ‘투고타저’다. 스트라이크 존 확대에 따라 투수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타자들은 애를 먹고 있지만, 투수 쪽에서는 12년 만에 진기록이 나올 수 있게 됐다. 시즌 1점대 평균자책점이 그것이다. 21세기에는 류현진(토론토) 딱 1명만 만든 기록이다.

올 시즌 전반기까지 2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이 쏟아졌다. 2021년 전반기 종료 시점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 보유자는 9명이다. 올해는 13명이다. 그리고 1점대가 2명이나 있다. SSG 김광현이 1.65로 전체 1위이며, 팀 동료 윌머 폰트가 1.96으로 2위다. 2.02를 찍고 있는 3위 안우진도 1점대를 바라보고 있다.

2점대만 찍어도 최상급이라 하고, 에이스라 한다. 1점대는 ‘꿈의 기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는 적잖이 나왔다.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해태 시절 8번이나 만든 바 있다. 심지어 0점대 평균자책점도 3회나 된다. 이쪽은 ‘별도 카테고리’ 수준이다. 이외에 최동원(2회), 김용수(2회) 장호연(2회), 구대성, 조계현, 송진우, 조규제, 김현욱, 임창용, 최일언, 김경원, 김건우가 1점대 평균자책점 기록 보유자다.

그러나 이쪽은 모두 20세기다. 1998년 정명원(1.86), 임창용(1.89)을 제외하면 외국인 타자도 없던 시절. 선발과 불펜을 오가거나, 중무리(중간+마무리 합성어)로 뛰면서 만든 기록들도 있다. 요즘 야구에서는 볼 수 없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제법 된다.

21세기로 계산하면 현재까지 평균자책점 1점대로 시즌을 마친 선수는 딱 1명이 나온다. 류현진이다. 데뷔 5년차였던 2010년 25경기 192.2이닝, 16승 4패, 평균자책점 1.82를 찍었다. 당연히 리그 평균자책점 1위다. 당시 2위가 김광현인데 2.37을 만들었다. 사실 김광현도 압도적이었다. 3위 카도쿠라 켄이 3.22였다. 이런 김광현보다 류현진의 기록이 훨씬 위다. 무시무시했다.

\'블루 몬스터\' 류현진, MLB 통산 1천 이닝 달성
토론토 류현진이 6월2일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 선발 등판해 공을 뿌리고 있다. 토론토 | USA투데이 연합뉴스

이후 11년 동안 1점대 평균자책점은 나오지 않았다. 타고투저 시절에는 3점대로도 1위를 했다. 토종-외국인을 막론하고 좋은 투수들은 언제나 있었다. 그러나 류현진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선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2022년은 다를 수도 있다. 김광현과 폰트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나란히 대기록에 도전중이다. 전반기 퍼포먼스가 워낙 좋았다. 김광현은 빅 리그 2년의 경험을 살려 능수능란한 피칭으로 상대를 누른다. 폰트는 폭발적인 구속과 구위로 상대를 제압했다. 딱히 적수가 없는 수준이다. 심지어 김광현은 평균자책점 1.37에서 마지막 등판 7이닝 4실점으로 인해 1.65로 오른 케이스다.

안우진도 가능성이 있다. 시즌 첫 등판에서 6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3.00으로 시작했다. 조금씩 끌어내려 이제는 2.02다. 이미 모든 수치가 커리어 하이다. 평균자책점까지 금방이라도 1점대로 떨어뜨릴 기세다. 그렇게 된다면 ‘화룡점정’이 따로 없다. 여기에 LG 케이시 켈리(2.28)나 삼성 알버트 수아레즈(2.33) 등도 후반기 호투 여부에 따라 1점대로 끝낼 수도 있다.

KBO리그에서 류현진은 ‘역대’로 꼽히는 투수다. 그만큼 특별하다. 2022년 ‘류현진급’ 투수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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