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의 세포들 시즌2 송재정김경란작가_2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에 참여한 이상엽 감독, 송재정 작가, 김경란 작가(왼쪽부터). 사진 | 티빙

[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순록이 팬들께는 죄송하지만…”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2’ 제작진이 원작의 영상화에 집중한 시즌1과 달리 시즌2를 다방면으로 각색한 이유를 밝혔다.

‘유미의 세포들2’(송재정 김경란 극본, 이상엽 연출)는 세포들과 함께 먹고 사랑하고 성장하는 평범한 김유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달 22일 막을 내렸다. 시즌1의 주 서사가 김유미(김고은 분)와 구웅(안보현 분)의 로맨스였다면, 시즌2는 구웅과 이별한 후 유바비(박진영 분)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며 성장한 김유미에게 집중했다. 다만 두 시즌 모두 ‘삶의 주인공은 김유미’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막을 내렸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상엽 감독은 드라마의 결말에 대해 “처음부터 그걸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유미의 세포들’이니까 유미의 성장에 집중해야 했다. 유미에게 많은 일이 있었지만, 유미에게 ‘잘살고 있어. 실수와 후회가 있어도 잘하고 있어’라는 격려를 해주고 싶었다. 나에게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은 원작과 다른 전개로 예상치 못한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원작 팬은 시즌2 공개 전부터 신순록의 등장 여부에 관심을 뒀으나, 신순록의 서사 일부가 유바비에게 주어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는 제작진이 작품을 기획할 때부터 의도했던 지점이었다고 한다.

“시즌2를 시즌1과 같이 기획했다. 시즌1과 콘셉트를 다르게 잡았다. 첫 시즌에서는 싱크로율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아주 충실하게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다. 시즌2는 똑같은 패턴으로 가면 지루할 것 같았다. 그리고 바비에 대한 불호가 너무 심해서 2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각색을 많이 했다. 희망을 드리면서 가야 했다. 그래서 순록이 팬들께는 죄송하지만 순록이 서사를 가져왔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볼 수 있게 변주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이동건 작가님의 창의적인 포인트를 살리고 싶었는데 그게 순록이의 연애사에 많았다. 애초에 두 시즌을 기획하고 시즌3는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서 순록이 에피소드가 아까워서 가져오다 보니 그게 바비 쪽으로 흘러갔다.”(송재정)

다소 파격적인 수정이었지만 원작자도 만족했다는 전언이다. 송재정 작가는 “작가님께 몇 가지 양해를 구했었다. 그중 하나가 바비에 관한 것이었다. 바비와 이다의 삼각관계를 삭제해도 될지, 바비와 유미의 결말을 드라마에 맞게 각색해도 될지 여쭤봤다. ‘상관없다. 마음껏 해달라’고 하셔서 편하게 했다. 제일 좋아하신 부분은 안대용 세포였다. 엄청 많이 돌려 보셨다고 하더라. 박진영의 진지한 연기도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제작진의 판단은 옳았다. 신순록을 애타게 찾던 팬들은 어느새 ‘구웅파’와 ‘바비파’로 나뉘어 생각지 못했던 방식으로 작품을 즐겼다. 김경란 작가는 “사실 (대본을)쓰면서도 그러길 바랐다. 구웅 편과 바비 편으로 나뉘어서 토론도 하고 삼각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했다. 그래서 그런 반응들이 좋았다”고 얘기했다. 송 작가는 “사실 (논쟁이)더 치열하기 바랐다. 전 시즌 통틀어서 후반부가 제일 재밌었다. 그들의 삼각관계를 위해 빌드업한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러 장면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와닿았지만, 김유미와 유바비가 헤어지는 신은 시즌2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공개 후 김고은과 박진영의 연기가 대단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제작진 역시 이들의 감정 표현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깜짝 놀랐다. 잘하는 줄 알았지만 너무 잘해서 보면서 여러 번 울었다. 카페 이별 신을 보면서 ‘우리가 대본을 이렇게 절절하게 썼었나? 그렇게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다. 두 배우의 연기에 감화됐다. 멜로를 잘하는 분들이구나 했다. 9회 엔딩이나 12회 엔딩은 감독님이 자신하셨다. 그래서 이미 기대하고 있었는데 기대보다 더 좋았다.”(송재정)

“첫 테이크부터 두 분 다 감정이 너무 확 와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감정이 길게 갈 수 없으니까 빠르게 잘 잡아야 했다. 심지어 카페 신은 유미가 바깥으로 나간 후 잡도록 설정했는데, 촬영 당시 태풍이 와서 서 있기도 힘들고 장비를 세울 수도 없어서 안에서 동선을 짜야 했다. 조명을 준비하고 있는데 둘 다 눈이 빨개져서 큰일 났다 했다. 테이크도 많이 안 갔다. 놀라운 연기를 보여줘서 찍는 순간에도 감정이 올라오더라. 잘 나올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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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에 참여한 송재정 작가(왼쪽), 김경란 작가. 사진 |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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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에 참여한 이상엽 감독. 사진 | 티빙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서도 세포가 애니메이션으로 생생하게 구현돼 호평받았다. 이동건 작가도 만족한 안대용 세포, 방송인 유세윤, 강유미를 성우로 기용한 혀세포 등이 인상적이었다.

이 감독은 “안대용 세포 같은 것을 만드는 작업이 훨씬 더 어렵다고 하더라. 근육질의 슈퍼히어로 몸매인데, 만화처럼 가려다가 최대한 리얼한 느낌을 살리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CG팀이 엄청 고생했고, 잘 나왔다”고 전했다. 혀세포에 대해서는 “바비와 유미의 연애사에서 중요한 지점에 있는 캐릭터여서 신경을 많이 쓰려고 했다. 회의를 많이 하다가 두 분의 이야기가 나왔다. 흔쾌히 하기로 하셨다. 경험이 많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엄청 잘 해주셨다. 녹음이 너무 빨리 끝나서 아쉬워하셨다. 더 나오고 싶다는 얘기도 하셨다”고 밝혔다.

가시적인 성과 역시 좋았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차지했고,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김고은은 최근 이 작품으로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제작진이 생각하는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김 작가는 “시즌1보다 시즌2가 더 와닿는 느낌이 있었다. 해외에서는 애니메이션 만들면서도 좋아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이 감독은 “이야기가 좋은 것 같다. 개인의 이야기지만 굉장히 보편적이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설렌다.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담아내서 사랑받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봤다.

애청자들은 벌써 시즌3를 염원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신순록이 마지막에 얼굴 없이 잠시 등장해 다음 시즌에 대한 암시라고 추측한다. 이와 관련, 이 감독은 “오랜 기간 작업해서 휴식이 필요할 것 같다. 하게 된다면 그때 다시 얘기를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신순록 캐스팅에 대해서는 특정 배우를 언급하는 순간 난리 날 것 같다. 우리끼리는 티모시 샬라메 정도 와야 한다고 했다”며 웃었다

notglasses@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