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민
SSG 김강민.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고척=장강훈기자] SSG는 SK 시절 모기업 로고송 ‘되고 송’을 응원가로 썼다. CF에 출연한 에이스 김광현(34)이 직접 불러 화제가 됐고, 이어 정근우(은퇴)의 응원가로 썼다. 2020년까지는 팀 응원가로도 활용했다. 가사는 생각대로 이뤄진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모기업이 SK텔레콤에서 SSG로 변경된 지난해부터 ‘되고 송’은 사라졌다.

SSG 김원형 감독도 생각이 현실이되는 경험을 했다. 덕분에 팀은 3연승 휘파람을 불며 2위와 격차를 8경기로 벌렸다. 김 감독은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원정경기를 앞두고 “무조건 쓴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기회가 왔다. 기세 싸움에서 유리하다고 봤다”고 전날 역전극 뒷얘기를 공개했다.

상황은 이랬다. 4-5로 뒤진채 돌입한 9회초. 선두타자는 한유섬이었다. 김 감독은 “(김)강민이를 대타로 기용할지를 놓고 고민을 했다. 상대가 왼손 투수(이영준)이기도 해 타격감이 괜찮은 강민이를 내보낼까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포토] SSG 김원형 감독 \'경기 뒤집었어\'
SSG 김원형 감독(왼쪽두번째)이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 경기 9회초 공격을 지켜보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그래도 팀의 4번타자이고, 왼손 투수를 상대로 나쁘지 않아 밀어붙였다. 한유섬은 김 감독의 기대와 달리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그런데 후안 라가레스가 좌전안타로 물꼬를 터 기회가 생겼다. 김 감독은 “(김)성현이 타석 때 무조건 강민이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재원이가 타석에 들어가는 데 ‘제발 땅볼만 치지 마라’고 주문을 걸었다”며 웃었다.

이재원은 김 감독의 바람과 달리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는 땅볼을 쳤다. 그런데 키움 유격수 김주형이 가랑이 사이로 타구를 빠뜨렸다. 더블플레이로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 1사 1,2루 황금찬스로 전환된 셈이다.

김 감독은 9회초 시작과 동시에 품었던 김강민 카드를 곧바로 꺼내들었다. 김강민은 깨끗한 좌전안타로 화답했고, 추신수 최지훈의 연속 적시타와 최정의 희생플라이로 쐐기점까지 뽑아냈다. 선두타자와 교체하지 않고 한 박자 늦춘 게 결과적으로는 신의 한 수가 된 셈이다.

[포토] 김원형 감독 \'엄청 빠르던데\'
SSG 김원형 감독이 2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5회초 1사1루 최지훈 3루타 때 추신수가 득점을 올리고 들어오자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다리 부상을 털어내고 후반기에 복귀한 김강민은 11타수 6안타 타율 0.545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홈런도 두 방이나 때려내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추신수와 함께 ‘불혹의 관록’을 마음껏 과시하는데, 대타로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 김 감독은 “가끔 경기에 나서는데도 타격감이 정말 좋다. (추)신수는 그라운드에서 (김)강민이는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을 독려하고 있어 내가 선수들에게 따로 할 얘기가 없을 정도”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불혹의 듀오’는 3일 1번 지명타자와 6번타자 중견수로 나란히 선발 출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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