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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문학=장강훈기자] 친구가 진 마음의 빚을 호쾌한 한 방으로 대신 갚았다. ‘짐승’ 김강민(40·SSG)이 동점 솔로 홈런으로 팀을 구했다. 아쉬운 주루플레이로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짓던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의 빚을 대신 갚았다.
김강민은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홈경기에서 5-6으로 뒤진 7회말 우규민을 상대로 좌중월 솔로 홈런을 뽑아냈다. 삼성 왼손 투수 이승현이 1사 후 전의산을 상대로 공 두개를 던진 뒤 왼 엄지손톱이 벌어지는 부상으로 교체됐다. 8회초 등판을 위해 몸을 풀던 우규민이 급히 올라와 전의산을 삼진으로 잡아냈다.
잡힐듯 잡히지 않던 흐름을 김강민이 잡았다. 2사후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김강민은 우규민이 던진 시속 123㎞짜리 낮은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좌중간 펜스를 살짝 넘어가는 라인드라이브성 홈런을 뽑아냈다. 공을 쫓던 삼성 중견수 김현준이 관중이 뻗은 팔에 타구가 맞은 것으로 보고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번복되지 않았다. 김강민의 시즌 세 번째 아치로, 2회부터 끌려가던 경기를 처음으로 동점으로 만든 순간이기도 했다.
김강민의 홈런을 누구보다 반긴 것은 추신수다. 동점 주자였지만, 주루플레이 실수로 횡사한 마음의 빚을 김강민이 대신 갚았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6회말 1사 1루에서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1사 1,3루 기회에서 2루 도루를 감행했는데, 상대 배터리가 피치아웃과 다름없는 플레이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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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루로 달리던 추신수는 스피드를 줄인 뒤 1루로 되돌아갔다. 각팀이 스프링캠프 때 1점이 꼭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이런 훈련을 한다. 2루 도루를 시도하던 주자가 1루로 돌아가면, 런다운 플레이상황을 지켜보던 3루주자가 홈으로 대시하는 작전이다. 추신수는 3루주자 최주환의 득점을 위해 도루 계획을 취소했는데, 그 시점이 너무 늦었다. 더구나 삼성 포수 김태군의 송구가 유격수 김상수가 1루쪽으로 달리며 포구해야 하는 곳으로 왔다. 최주환은 한 발도 움직이지 못했고, 추신수도 한두 걸음 달리다 잡혔다.
2사 3루로 수세에 몰렸지만, 최지훈이 우중간 적시타로 추격의 불씨를 살렸고, 최정의 우중간 2루타로 1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추신수가 횡사하지 않았더라면, 동점이 될 수도 있는 장면. 흐름을 장악할 기회를 무산시켰다는 죄책감에 잔뜩 찡그린 표정을 짓던 추신수가 김강민의 한 방에 웃음을 짓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