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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금리 인상과 건축비 인상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그러나 마니아적인 시장은 사실상 큰 변화가 없다고 느껴진다. 토지나 전원주택 시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단독주택 착공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와 비교해 내외장재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착공량은 오히려 늘었다. 이는 토지나 전원주택 시장은 대외적 환경 영향이 비교적 적은 시장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전히 집을 짓는 데 있어 개인들은 고민과 시행착오에 대한 불안감이 많을 것이다. 필자가 집을 지으면서 겪었던 시행착오 내용들을 함께 살펴보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200평의 토지에 한 채는 거주를, 한 채는 팔기 위한 집을 지었다. 28살에 처음 지어본 주택이다. 그만큼 자재나 시공사 선정에 많은 신경을 썼지만 팔기 위해 지은 집은 3년만에 판매가 됐다. 시간과 대출에 대한 이자비용을 생각하면 손실이 조금 있었다. 해당 주택의 실패사유는 집안 내부의 동선과 설계다. 해당 집을 처음 설계했을 당시는 2017년도다. 지금은 전원주택을 찾는 나이대가 점점 젊어지고 있지만 당시는 은퇴자 분들의 로망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해당 주택은 설계에 있어 젊은 개성이 강한 집이었다. 주택의 강점은 탁 트인 조망이라 생각했다. 이에 부엌은 1층에 두고 넓은 거실과 안방, 욕조가 있는 화장실은 2층에 뒀다. 처음 지었을 때만 해도 욕조에 누워 그 패러글라이딩이 내려오는 조망을 한 번이라도 즐긴다면 바로 판매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집을 보러 오는 60대 분들은 집의 메인공간이 2층에 있는 것을 매우 불편해 했다. 젊은 필자가 살기에는 만족도가 높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집은 아니었다. 지을 때 추후 환금성도 생각한다면 보편적인 주택의 설계와 동선을 고려해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코로나19와 다주택 규제 이후 가장 인기를 끈 전원생활 상품은 ‘농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기존 과수원 부지에 필지마다 115평에 6평 농막 사이즈의 주택을 놔주고 1억 내외의 금액에 분양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도 인기가 많은 금액대와 상품이지만 당시엔 이런 부동산 상품이 거의 없었기에 더욱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이렇게 작은 주택 짓는데도 상당히 큰 수업료를 냈다. 해당 마을이 약 60세대로 이루어질 것이기에 시공도 직영으로 진행해 원가를 낮추고자 대장 목수를 수색했다. 한 유명 목조주택 회사에서 일했던 대장 목수와 의기투합이 되었고, 같이 설계하고 원가 분석을 한 뒤 건축 자재를 발주했다. 그런데 이 대장 목수는 자재가 도착한 뒤에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다른 시공자를 찾을 때까지 시간과 사업이 지연됐다. 늘 말하지만 개인들이 시공비를 아끼기 위해 대장 목수를 직영으로 처리해 진행하는 것은 항상 신중하라고 말한다. 심지어 아는 사람이 대장 목수일 경우 더 말하기 불편하고 컨트롤하기도 어렵다.
회사에 특수 기술과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빠르고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지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시공사가 있었다. 회사 자체는 유명하진 않아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시공계약서만 잘 쓰면 문제없겠다고 생각했다. 시공 계약서에 하자담보기간이나 시공에 대한 이행지체 보상금 등 모두 잘 작성했다. 시공사와 처음 계약을 한 후 골조까지는 역대 시공사 중 가장 빠르게 올라갔다.
그러나 해당 시공사의 자금이 꼬이는 순간부터 시공기간은 늘어나고, 시공 대표가 연락이 안되는 날도 많았다. 잘 쓴 줄 알았던 계약서는 단순 종이로만 느껴졌다. 이렇게 자금이 없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면 공사는 마무리 못 하고, 이행지체보상금을 받는 것 또한 힘들었다. 대장 목수를 직접 쓰는 것도 위험하지만, 회사 네이밍이나 경력이 불명확하고 자금력이 약한 시공사를 쓰는 것 또한 굉장히 위험하다. 싸게 짓는 것이 다가 아니다.
필자는 이처럼 정말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이제는 이런 실수는 잘 안하고 비용이 더 들더라도 확실한 회사와 함께 일하고 있다. 다만 마지막으로 아쉬운 실수가 있었다. 바로 전원주택의 창을 조금 작게 내면서 이삿짐을 옮기는 데 불편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처음 완성된 설계도를 봤을 때 통 창문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미닫이 일 줄 알았으나 여닫이 였던 것이다. 따라서 설계할 때는 내가 꼭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미리 필수적으로 챙겨야 할 것부터 목록을 작성 해놓는 것이 좋다. 그때는 공간마다 그 목적성을 명확히 하고, 이삿짐까지 생각 할 수 있는 디테일 함을 건축사에게 알려주길 바란다.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