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의 행진 깨는 최형우 \'내가 해결사\'
KIA 최형우가 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선제 타점을 뽑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내 스윙하고 있다.”

KIA 역대 최고령(38세7개월21일) 끝내기 안타로 팀을 위기에서 건져낸 최형우(39)가 자신감을 드러냈다. 좀처럼 자신을 칭찬하지 않는 최형우는 지난 7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치른 두산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뽑아낸 뒤 “요즘 내 스타일의 타격을 한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끝내기 안타로 팀을 연패 위기에서 건져낸 것도 기쁘지만, 시즌 개막 후 4개월 동안 마음고생한 아픔을 털어낸 것도 못지않게 기뻤다.

최형우는 “4, 5월처럼 말도 안되는 타격감이 아니다. 안타가 나오든 안나오든 내 스윙을 한다.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스윙을 한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매경기 두 번 이상 출루하고 싶다. 시즌이 얼마 안남았는데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감 ‘뿜뿜’이다.

물세례 받는 최형우
KIA 최형우(오른쪽)가 타이거즈 최고령 끝내기 안타로 팀을 연패 위기에서 건져내자 소크라테스 브리토(가운데)와 황대인이 가장 먼저 달려가 물세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끝내기 안타를 만든 기념(?)으로 최형우와 나눴던 대화를 살짝 공개한다. 개막 후 두 달가량 때려내지 못하던 홈런도 치고,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도 만들어내던 6월초 얘기다.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꾸준히 안타를 생산해내던 최형우는 “아직 내 것이 안왔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어떻게 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완전한 무(無)”라며 “개막 후 5월 말까지 내가 뭐하나 싶었다. 갖은 수를 써봐도 안된다. 지금(6월초 현재)은 순전히 운 때문에 안타가 나온다”고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것을 토로했다.

이때 최형우는 “아마 타율을 다이내믹하게 끌어 올리지는 못할 것 같다. 풀타임을 소화하면, 홈런이나 타점은 가뭄에 콩나듯 하겠지만, 최형우 다운 스윙은 못찾을 것 같다. 3할타자 최형우는 올해 못볼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끙끙 앓다가 내린 결론은 ‘내려놓자’였다.

그말처럼 그는 전반기가 끝날 때까지도 페이스를 회복하지 못했다. 유격수 키를 넘기는 좌중간 2루타가 사라졌고,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모두가 알던 ‘해결사 최형우’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최형우의 환영받는 나성범
KIA 최형우(왼쪽)가 홈런을 폭발한 뒤 득점한 나성범을 밝은 표정으로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짓말(?)이었다. 후반기 시작 후 조용히 예열을 시작한 최형우는 13경기에서 1홈런 10타점 타율 0.340으로 타격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살떨리는 순위싸움으로 끌려간 8월 다섯 경기에서는 타율 0.474로 팀내 수위타자로 올라섰다. 2할대 초반이던 시즌 타율도 0.248로 상승해 최악은 면했다. 그는 “단순하게 접근하면 되는데 혼자 괜히 복잡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번에 찾는 타격감은 우연이 아니라는 의미다.

최형우의 재기는 KIA 야수들에게는 천군만마와 다름없다. 타이거즈 최고령 끝내기 안타는 최선참의 반등 신호탄이다.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버팀목이 중심을 잡아주면 심리적 안정 속 경기를 치를 수 있다. 5위 수성에 황색등이 켜진 KIA는 불펜진이 안정될 때까지 타선의 힘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코어를 강화하면, 스피드와 지구력을 모두 잡을 수 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