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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민규기자]“첫 만남 때 모습 보인다고 하더라.”
롯데 서준원(22)이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성숙해졌다. 달라졌다”이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항상 그를 응원해주는 아내의 진단은 바로 ‘초심’이다. ‘초고교급 잠수함’으로 불리던 고교시절의 배짱 넘치는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서준원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 당시 전국구 투수로 이목을 집중시키며 롯데에 1차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고교 1등 투수에게 프로의 벽은 높기만 했다. 첫 두 시즌 동안 64경기(선발 36경기)에 출전해 11승 17패 평균자책점 5.32를 기록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 설 자리를 조금씩 잃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26경기에 출전했는데 이중 선발 등판은 단 8번뿐이었다.
게다가 올해는 시즌 전 오른어깨 부상으로 재활해 기회가 더 줄었다. 지난 4월 1군에 합류한 그는 전반기 15경기 모두 불펜으로 출전해 1승1패 평균자책점 6.75로 부진했다. 그래서였을까. 6월 말 다시 2군으로 내려가 후반기 초반까지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이런 서준원이 확 달라졌다. 전환점은 지난달 14일 광주 KIA전이다. 롯데가 ‘가을야구’를 향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올해 첫 선발 기회를 잡은 그는 346일 만에 선발승을 수확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달 21일 사직 한화전에서도 5이닝 동안 삼진 8개를 곁들이며 무실점 호투해 2연승을 따냈다. 물론 27일 문학 SSG전에선 4.1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지만, 8월 롯데에서 가장 뜨거운 투수 중 한명임에는 이견이 없다. 8월 한 달간 세 경기에 출전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3.77이란 수치도 달라진 그의 피칭을 방증한다.
변화는 체중감량, 볼 배합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무엇보다도 마음가짐을 빼놓고 얘기할 순 없다. 서준원은 “아내가 내게 ‘예전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당시 마운드에서 겁 없이 던지는 모습이 느껴진다고 하더라. 초심을 찾은 것 같다”며 “몸 상태도 좋고 컨디션도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아내가 잘 하고 있다고 항상 응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실히 마운드에서 좋아진 게 느껴진다. 그렇다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투구 내용도 좋아진 것 같다. 계속해서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주춤했던 시간도 있었지만 자신감을 되찾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준원이 쏘아 올린 재기의 작은 울림이 가을야구를 향한 롯데에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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