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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을 딛고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된 ‘수리남’이 넷플릭스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7일 조선팰리스 서울강남에서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윤종빈 권성휘 극본· 윤종빈 연출)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윤종빈 감독, 배우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이 참석했다.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로 인해 누명을 쓴 민간인이 국정원의 비밀 임무를 수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하정우는 “수리남이라는 나라에 있는 한국인 마약상을 잡는 이야기”라고 짧게 소개했다.
‘수리남’은 윤종빈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영화를 염두에 두고 쓰인 시나리오가 각색을 거쳐 시리즈 대본이 됐다는 전언이다. 윤 감독은 “처음 소재를 접했을 때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영화 대본은 처음 느꼈던 흥미로운 부분이 많이 빠진 느낌이었다. 방대한 이야기를 2시간 호흡으로 담기에는 힘들겠다고 생각해서 시리즈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 때마침 넷플릭스와 작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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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은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등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라인업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종빈 감독은 “황정민 선배와 ‘용서받지 못한 자’ 시사회 때 꼭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실현된 거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다. 좀 뭉클하더라”며 “출연진의 에너지는 엄청났다. 황홀한 현장이었다”고 했다.
‘히트’ 이후 15년 만에 안방을 찾는 하정우는 성실하고 수완 좋은 민간인 사업가 강인구 역을 맡았다. 강인구는 큰 돈을 벌기 위해 찾은 수리남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이다. 황정민은 희대의 사기꾼이자 마약 대부 전요환으로 분한다. 전요환은 한인교회 목사로 신분을 위장하고 있지만 코카인 유통으로 부와 권력을 누리는 인물로, 한국에도 코카인을 반입하려다가 강인구와 엮인다. 전요환을 검거하기 위해 강인구의 사업 파트너를 자처하는 국정원 요원 최창호는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한 박해수가 연기한다. 조우진은 전요환에 충성하는 조선족 출신 전도사 변기태로, 유연석은 전요환의 고문 변호사 데이빗 박으로 변신한다.
하정우를 비롯해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은 오랫동안 황정민과의 작업을 꿈꿨다고 입을 모았다. 하정우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매니지먼트로 들어갔을 때 (황)정민이 형을 만났는데 참 많이 챙겨줬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건 윤 감독님과 2005년 겨울에 ‘용서받지 못한 자’ 첫 시사를 했었다. 거기까지 참석해서 격려해주셨는데, 그때부터 형과 작업하는 것을 꿈꿔왔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지 몰랐다”고 했다. 그러자 황정민은 “(하)정우랑 어릴 때부터 작업하고 싶었다. 볼 때마다 우리 언제 하냐고 했는데 결국 윤 감독님 작품을 하게 됐다. 조합을 잘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이에 질세라, 유연석은 “2003년 ‘올드보이’ 촬영할 때부터 진짜 꿈꿔왔다. 이렇게 한자리에, 특히나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뵈니까 너무 감회가 새롭다. 농담이 아니다. 군대 가 있을 때도 선배님 작품을 상영해줬다. 제대해서 꼭 함께한다고 했었다. 2005년도였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해수 역시 “1997년부터 선배님과 함께하는 것을 꿈꿨다”고 말했고, 조우진은 “지금도 꿈만 같다. 계속해서 꿈꾸고 있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이들은 윤종빈 감독의 ‘캐스팅 0순위’였던 배우들이라고 해 기대를 높인다. 특히 조우진과의 캐스팅 비화가 독특했다. 조우진은 “영화 ‘돈’ 기술 시사가 끝나고 뒤풀이 장소에서 윤 감독님을 만났다. 감독님께서 대본이 안 나온 상태인데 작품을 준비한다고, 어떤 캐릭터든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기분 좋게 말해주셨다. 그리고 지폐를 하나 꺼내서 사인을 하시더라. 지금 바로 계약하자고 하셨다. 뒤집어서 저도 바로 사인하고 찢어서 나눠가졌다. 그걸 액자에 넣어뒀다. 만 원이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이러한 계약 방식은 배우 황정민에게 배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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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와 황정민은 대본이 갖는 힘에 절대적인 신뢰를 내비쳤다. 하정우는 대본의 첫인상에 대해 “실제 이야기가 주는 힘이 크다고 생각했고 한국인이 외국에서 마약상으로 한다는 게 극적이라고 생각했다. 작품으로 만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가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서 언젠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황정민은 “한 편의 좋은 책을 샀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소개도 시켜주고 선물도 해주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 너무 좋은 책을 읽다 보면 다음 장을 읽기가 아깝다. 그렇게 넘어가는 에너지가 이 작품에 있다. 1부 끝나고 나서 바로 뒷장이 궁금해서 보게 되는 작품이었다”고 자신했다.
이국적인 풍광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러한 배경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었다. 윤종빈 감독은 “원래 많은 부분을 로케이션 촬영을 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눈물이 나더라. 어떻게 해야 되지 싶었다. 그때 가족여행으로 제주도에 갔다. 와이프랑 산책하다가 문득 여기를 남미로 꾸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서 촬영감독님과 미술감독님에게 제주도를 남미로 만들어보자고 했다. 야자수를 사와서 심고 식물을 재배해서 해보자고 했다. 대안이 없는데 안 될 게 뭐 있냐 했다. 막상 해보니 얼추 비슷하더라. CG(컴퓨터그래픽)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190여개국에 공개돼 글로벌 시청자들을 만난다. 유연석은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모여서 저희 드라마 보면서 마피아게임에 들어오셔서 즐겨 달라”며 언더커버물만의 재미를 강조했다. 황정민은 “폭발적인 반응을 원한다”면서도 “한가위는 너무 행복한 날이다. ‘수리남’을 같이 본다는 게 좀 그래 보인다. 알아서 따로 혼자 집에서 밤에 개인적으로 보면 좋겠다”고 해 폭소를 자아냈다. 하정우는 안줏거리, 반찬거리 같은 작품이 되길 바랐고, 조우진은 “‘숨어서 보는 명작’이다. 이야기 구조라든가 인물 관계라든가, 이 작품만의 특색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리남’은 오는 9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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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glasses@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