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
LG 김윤식.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삼성과의 경기. 2022. 8. 17.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대전=윤세호기자] 호투를 기대하는 것을 넘어 승리를 향한 확신을 준다.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뽑지 못해도, 특급 투수와 선발 대결에 임해도 굳건히 마운드를 지키며 승리 공식을 만든다. 9월 다섯 번의 선발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0.31. LG가 김윤식(22)이 등판하는 김윤식 데이로 9월 승률 1위(0.650: 13승 7패 1무)에 올랐다.

약점이 없다. 네 가지 구종(속구·체인지업·슬라이더·커브)을 폭넓게 활용해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잡아낸다. 올시즌 극강의 체인지업으로 우타자 위주로 구성된 팀에 우위를 점해왔는데 최근에는 좌타자 상대도 문제없다.

지난 27일 대전 한화전에서 정은원, 하주석, 마이크 터크먼, 김인환 등 좌타자들을 계획대로 돌려세웠다. 자유롭게 속구 구속을 조절하고 슬라이더와 커브를 활용해 시야와 타이밍을 빼앗았다. 예전처럼 카운트가 불리하게 몰리거나 2스트라이크 이후 승부에 주저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위기를 즐기듯 결정적인 상황에서 가장 강한 공을 던진다.

3회말 1사 만루에서 하주석에게 147㎞ 하이 패스트볼을 구사해 힘으로 땅볼을 유도했고, 이후 하주석과 승부에서는 결정구를 슬라이더로 설정했다. 장타력이 있는 노시환에게는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타이밍을 흔들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넣기 위해 던지는 속구 구속은 140㎞ 초반대로 형성되지만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140㎞ 중반대로 올라간다.

경기 후 김윤식은 “위기가 와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위기를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하듯 들어가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꾸준히 선발 등판하면서 요령도 생겼다. 똑같은 빠른 공을 던져도 초구는 80~90%의 힘으로 던지다가 점점 더 세게 던진다. 상대 배트가 밀리는 모습이 나오면 자신감을 갖고 더 세게 던지는데 이게 잘 통한다”고 미소지었다.

컨디션도 최고다. 올해 처음으로 100이닝 이상(109이닝)을 소화했음에도 시즌 막바지 더 강한 공을 뿌린다. 김윤식은 “작년보다 이닝이 2배 많은 추세로 가고 있다. 하지만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내게 맞는 메커닉도 찾았고 코치님들이 관리도 정말 잘 해주신다”고 컨디션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자신감으로 얻은 결과는 눈부시게 빛난다. 김윤식은 9월에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늘 네임벨류가 높은 선발투수와 마주했음에도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2일 수원 KT전에서 소형준, 7일 고척 키움전 한현희, 15일 잠실 KT전 다시 소형준, 21일 광주 KIA전 토마스 파노니, 그리고 이날 한화 문동주까지 경기 전 상대 투수가 더 주목받을 때도 있었지만 경기 후 주인공은 김윤식이었다.

순위표에서 팀 위치가 결정되는 페넌트레이스 막바지 활약이라 더 가치가 높다. 더불어 지금의 김윤식이라면 포스트시즌 토종 선발 징크스 탈출도 기대할 수 있다. LG는 지난 3년 동안 토종 선발투수가 등판한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오직 케이시 켈리가 등판한 경기만 승리하면서 선발진 한계를 노출했다. 다가오는 가을야구에서는 김윤식이 징크스 탈출 선봉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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