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모토 토모카즈와 판젠동
일본의 하리모토 토모카즈(아래)가 지난 8일 중국과의 2022 세계탁구선수권대회(단체전) 남자부 4강전에서 세계 1위 판젠동을 무너뜨린 뒤 바닥에 누워 환호하고 있다. 청두|신화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김경무전문기자] 지난 9월30일부터 9일까지 열흘 동안 중국 청두의 하이테크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세계탁구선수권대회(단체전)가 중국의 남녀부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중국은 남자부 사상 초유의 10연패, 여자부는 5연패를 달성했다.

중국은 마지막날 남자부 결승에서 세계 1위 판젠동(25), 2위 마롱(33), 11위 왕추친(22)을 앞세워 유럽 최강 독일을 종합전적 3-0으로 완파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그러나 중국은 4강전에서 4위 하리모토 토모카즈(19)가 포진한 일본에 고전하다가 힘겹게 3-2로 이기며 고비를 넘겼다.

하리모토는 2단식에서 왕추친을 3-1(8-11, 11-8, 11-6, 11-9)로 누른 데 이어 4단식에서 판젠동과 접전 끝에 3-2(11-7, 6-11, 3-11, 11-9, 11-9)로 승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중국은 마지막 5단식에 왕추친이 45위 토가미 슌스케(21)를 3-0으로 잡으며 승리할 수 있었다.

2022 세계탁구선수권 시상식
지난 9일 2022 세계탁구선수권대회(단체전) 시상식. 남자부에서 중국이 금메달, 독일이 은메달, 한국과 일본이 동메달을 각각 차지했다. 청두|AFP 연합뉴스

중국은 1단식에서 판젠동이 토가미 슌스케를 3-0, 마롱이 3단식에서 119위 오이카와 미즈키(25)를 3-1로 잡으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주세혁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동메달을 따내며 선전했다. 그러나 세계 2위 독일과의 4강전에서 2-3으로 석패하며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랭킹 17위로 맏형인 장우진(27·국군체육부대)이 1승만 올렸어도 이길 수 있는 승부였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장우진은 1단식에서 베네딕트 두다에 1-3, 4단식에서 중국계인 오른손 펜홀더 당치우에게 1-3으로 지고 말았다. 믿음직한 에이스의 부재를 실감하게 했다.

한국 남자탁구팀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 탁구 남자대표팀. 청두|신화 연합뉴스

그러나 안재현(23·삼성생명)과 조승민(24·삼성생명)이 두 단식을 따내는 등 잘싸웠다. 막내 조대성(20·삼성생명)도 4강전에는 나오지 못했으나, 홍콩과의 8강전(한국 3-1 승리)에서 1승을 거두는 등 선전했다.

여자부에서는 중국은 결승전에서 일본을 종합전적 3-0으로 완파하며 건재를 뽐냈다. 세계 2위 첸멍(28), 3위 왕만위(23), 1위 쑨잉샤(21)가 차례로 15위 키하라 미유유(18), 6위 이토 미마(21), 43위 나가사키 미유(20)를 3-0, 3-1, 3-0으로 물리친 완승이었다.

일본은 이날 세계 5위 하야타 히나(22)를 기용하지 않았다. 대신 10대와 20대 초반 신예들을 기용해 경험을 쌓게 했다.

오광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룩셈부르크, 싱가포르에 져 1승2패 3위로 마친 뒤 간신히 16강에 턱걸이했다. 그러나 16강전에서 일본에 0-3 완패를 당하며 8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김나영(17·포스코에너지)은 1단식에서 이토 미마에게 1-3으로 졌지만 첫 게임을 11-5로 따내며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중국에서 귀화한 에이스 전지희(30·포스코에너지)와 김하영(24·대한항공)은 초반 부진으로 기대에 못미쳤다. 토종멤버인 이시온(26·삼성생명)도 들쭉날쭉했다. 세대교체의 주역인 김나영과 윤효빈(24·미래에셋증권)이 주전으로 잇따라 출전하며 큰 국제무대를 경험한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한국 여자팀은 오랜 동안 중국 귀화선수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김나영 등 유망주들을 하루빨리 국제경쟁력 있는 선수로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부진한 성적을 낸 오광헌 감독의 지도력과 용병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를 중계한 <SPOTV>의 서봉국 해설위원은 “스피드를 앞세운 일본이 남자부에서는 중국과 대등한 경기를, 여자부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디미트리 옵차로프, 티모 볼이 빠진 사실상 1.5군 독일에 패해 아쉬움이 더 크다.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6강 탈락 참사를 빚은 여자팀은 아시아에서도 이미 2류로 전락한 현주소를 보여준 만큼, 2024년 부산 세계대회를 앞두고 전면 재정비가 필수적이다”고 지적했다.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