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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나도 곧 간다.”
두산이 ‘왕조의 주역’들과 잇달아 이별하고 있다. 오재원(37)의 은퇴식이 있었고, 이현승(39)도 작별을 알렸다. 끝이 아니다. 오재원이 ‘평생의 파트너’라 했던 친구 김재호(37)도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두산은 8일 잠실구장에서 오재원의 은퇴 행사를 열었다. 경기 전 선물과 꽃다발을 전달했고, 경기 중에는 8회 대타로 나서 그라운드도 밟았다. 기습 번트 후 전력질주. 수비까지 소화했다. 경기 후에는 은퇴식 2부 행사가 열렸다. 동료들의 영상 메시지가 나왔고, 은퇴사를 낭독했다. 물 세례도 아낌없이 받았고, 헹가래로 받았다. 선수들과 셀카도 마지막으로 찍었다.
성대하게 진행됐다. 그리고 이날 김재호가 의외의 말도 남겼다. 영상 메시지에 등장한 김재호는 “형들 눈치보면서 생활했던 우리가 벌써 나이를 먹고, 은퇴를 하는 시기가 됐다. 항상 열심히 하는 오재원이니까 잘할 것이라 믿는다. 은퇴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에 “나도 곧 간다”고 했다. 영상을 지켜보고 있던 김재호가 중계 화면에 잡혔고, 멋쩍게 웃었다.
김재호도 오재원과 같은 나이다. 1985년생. 2월생인 오재원이 학년은 하나 위지만, 둘은 친구 사이로 지내고 있다. 참고로 김재호는 3월생. 두산 역대로 꼽히는 키스톤 콤비를 구축했고, 왕조를 이끌었다. 그러나 세월을 이길 수 있는 선수는 없는 법이다. 오재원이 먼저 떠났다. 2019년부터 부상과 기량 저하에 시달렸고,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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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도 지난해부터 부침을 겪고 있다. 풀 타임 주전 자리도 후배들에게 내준 상태다. 올해 102경기, 타율 0.215, 1홈런 21타점, OPS 0.564에 그쳤다. 수비에서도 김재호답지 않은 실책을 몇 차례 범하기도 했다. “천하의 김재호도 나이를 먹는구나” 하는 팬들의 한탄이 나왔다.
2023년이면 한국나이로 39살이 된다. 은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다. 당장 1군에서 모습을 보이지 못할 정도로 부진한 것은 아니다. 아직은 김재호의 힘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당장 김재호가 은퇴를 선언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해 1월 두산과 3년간 총액 25억원에 두 번째 FA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이 2023년까지다. 2023년 연봉이 5억원. 선수 입장에서 쉽게 포기할 만한 금액이 아니다. 계약 마지막 시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욕심도 있을 법하다.
어차피 마르고 닳도록 현역일 수는 없다. 끝은 오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재호가 “곧 간다”고 했다. 큰 의미 없이 한 말일 수도 있지만, 마지막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이기도 하다. 찬란했던 왕조의 주역. 한국시리즈 우승 3회, 골든글러브 2회에 국가대표 경력까지 갖췄다. 조금씩 끝이 보이는 듯하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