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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 기자]1980~2010년대 초반까지 한국 가요계의 전설같은 인물로 꼽힌 ‘ET 아저씨’ 이병진 씨가(52)한 달 전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가요계 ‘올드보이’들이 술렁이고 있다.

최근 가요계에는 이씨가 사망했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돌면서 과거 이씨와 추억을 곱씹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씨는 매니저도, 제작자도, 연예인도 아닌 평범한 시민이지만 80년대부터 한국 가요계의 성장을 지켜본 ‘ET’같은 인물이다. 팬데믹 전까지는 방송사 음악방송 프로그램에서 팬들의 질서를 잡는 일을 하기도 했다.

1970년생인 이병진 씨는 1981년 KBS ‘젊음의 행진’ 공개방송 방청을 계기로 가요계와 인연을 맺었다. “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며 무작정 방송국에 드나들었고 매니저들의 동선을 체크, 행사장을 따라다니며 잔심부름을 했다. 초반에는 이씨를 귀찮아하던 가요계 관계자들도 매일 행사장에 얼굴을 비추는 이씨와 정이 들면서 작은 심부름을 부탁하곤 했다.

이씨는 티켓이나 스태프 비표 없이 어떤 행사장이든 자유롭게 오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가요 관계자는 “과거 엄혹했던 군부정권 시절, 장충체육관에서 정부 주도 행사가 열렸는데 ET가 삼엄한 경비를 뚫고 그 현장에 나타나 다들 혀를 내둘렀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근 30년간 묵묵히 행사장을 오가다보니 2010년 이후에는 ET가 나타나는 가수들의 신곡발표 쇼케이스의 노래는 대박이 난다는 속설까지 생기기도 했다.

ET라는 애칭은 유난히 작은 얼굴에 배만 불룩해 붙여진 별명이다. 귀여운 애칭과 달리 그는 당뇨와 결핵, 탈장 등 다양한 병을 앓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씨가 강남 건물주의 아들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실제로는 강남구 신사동의 한 사우나에 거주하며 강남과 여의도 일대를 오갔다. 해당 사우나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문을 닫으면서 오갈 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이씨를 만났다는 한 가요계 인사는 “이씨가 살이 30Kg이 빠졌다”며 “강남 일대 몇몇 LP바를 오가며 음악을 듣던 모습이 선한데 마음이 안 좋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씨의 사망 소식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무연고자 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 나눔 측은 “지난 달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고시원에서 1970년생 이병진 씨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9월 27일 장례를 치렀다”고 전했다.

하지만 14일 사망한 이병진 씨가 ET 이병진 씨와 동일인물인지는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 가요 관계자는 “ET는 외계인 ET처럼 왔다가 가곤 했던 인물이다. 사망했다면 우주선을 타고 하늘나라에 가 평소 좋아했던 봄여름가을겨울 전태관, 신해철과 함께 있을 것이고, 살아있다면 갑자기 나타나 함께 음악을 들을 것”이라고 추억했다.

ET에 대한 추억을 가진 가요계의 ‘올드보이’ 제작자들은 각자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애도를 표하고 있다. 또다른 가요관계자는 “ET의 사망소식은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의미기에 옛 제작자들이 더 마음을 쏟는 것 같다”며 “사망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출처|소셜미디어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