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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리버풀=장영민통신원·정다워기자] “죄송합니다.”
2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 나폴리의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싀그 조별리그 최종 6차전 종료 후 공동취재구역을 지나는 김민재는 취재진에 고개를 숙이며 인터뷰를 생략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김민재의 표정이 어두웠던 이유는 팀이 0-2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나폴리는 이날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 12경기서 10승2무, 챔피언스리그 5경기서 전승을 거뒀던 나폴리는 이 경기 전까지 17경기 무패 행진을 달렸다. 더불어 공식전 13연승으로 위대한 여정을 이어가는 중이었는데 리버풀에 일격을 맞으며 쓴 맛을 봤다. 나폴리 이적 후 김민재도 처음으로 패배를 경험했다. 당연히 속이 쓰릴 만했다.
게다가 김민재는 실점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두 골 모두 코너킥 상황에서 나왔는데 김민재가 헤더에 경합하지 못한 게 실점의 원인이 됐다. 전적으로 김민재만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분명 책임감을 느낄 만한 장면이었다.
특히 공중볼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후반 40분 첫 골을 허용할 때에는 우루과이 공격수 다르윈 누녜스의 헤더를 막지 못했다. 골은 살라가 넣었지만 사실상 누녜스의 지분이 큰 골이었다. 누녜스는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김민재가 상대해야 할 선수다. 추가시간 추가골을 허용하는 과정에서는 버질 판다이크와의 경합에서 밀리는 모습이었다.
이로 인해 김민재는 경기 후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평점 6을 받았다. 양 팀 통틀어 가장 낮은 점수였다.
다만 김민재는 전체적으로 뛰어난 수준의 수비 능력을 선보였다. 모하메드 살라를 꽁꽁 묶었고 강력한 피지컬로 파비뉴가 버티는 중원까지 제압했다. 후방에서 정확한 패스로 빌드업의 시발점 구실도 잘 해냈다. 실점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경기력이었다. 딱 그 두 장면에서만 빈 틈을 보였을 뿐이다.
리버풀전에서 김민재는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작은 틈만 보여도 실점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월드컵에서 한국은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를 상대한다. 가나도 만만치 않은 팀이지만 특히 포르투갈, 우루과이에는 작은 틈만 보여도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수들이 즐비하다. 대표팀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는 분명 월드컵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보여 상대 공격수들을 잘 막아내겠지만 한 순간을 놓치면 곧바로 화를 입을 수 있다. 리버풀전에서 따끔한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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