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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이 2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이란전에서 6-2 대승을 견인한 뒤 팬들에게 손뼉을 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골이 없어도 특급 존재감을 뽐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공격 찰떡호흡을 자랑하는 해리 케인이다.

케인은 2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이란전에 선발 출격해 두 골을 도우며 6-2 대승에 이바지했다.

이날 최전방 원톱으로 선발 출격한 케인은 좌우 측면의 라힘 스털링, 부카요 사카와 공격을 이끌었다. 토트넘에서 뛸 때처럼 중앙에 머물지 않고 좌우 측면, 2선 지역까지 폭넓게 움직이며 이란이 지향하는 밀집수비를 흔들었다. 킥오프 7분 만에 그의 진가가 나왔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재치 있게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 빠져나와 공을 받은 그는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를 꿰뚫는 칼날 같은 크로스를 올렸다. 동료에게 공이 닿지 않았으나 이란 베테랑 수문장 알리레자 베이란반드와 수비수 마지도 호세이니가 공 궤적을 따르다가 얼굴을 부딪쳤다. 베이란반드는 코에 출혈이 발생, 6분여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다가 경기를 재개했다. 그러나 전반 16분 뇌진탕 증세까지 보이면서 결국 들것에 실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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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은 최후의 방패인 베이란반드가 부상으로 빠진 뒤 수비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잉글랜드는 전반 35분 주드 벨링엄의 헤딩 선제골이 터졌고, 전반 43분 사카가 왼발 추가골을 넣으며 순식간에 점수를 두 골 차로 벌렸다. 이어 이란 추격 동력을 빼앗은 것도 케인의 크로스였다. 그는 문전을 파고드는 스털링의 움직임에 맞춰 오른쪽 측면에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다. 스털링이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했다.

기세를 올린 잉글랜드는 후반 17분 사카가 멀티골이나 팀의 네 번째 골을 해내며 승리를 굳혔다. 이란이 후반 20분 메흐디 타레미가 오른발 만회골을 터뜨렸는데, 이후 케인이 또다시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후반 26분 후방 긴 패스를 절묘한 터치로 제어한 케인은 중앙을 파고든 뒤 ‘교체 요원’ 마커스 래시포드에게 정확한 패스를 건넸다. 래시포드는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을 돌파해 이란 수비 2명을 제친 뒤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결국 이란은 후반 44분 역습 상황에서 잭 그릴리시의 여섯 번째 골로 대승을 장식했다.

이란은 후반 추가 시간 타레미가 페널티킥으로 두 번째 득점에 성공했으나 대패를 막지 못했다.

잉글랜드의 ‘캡틴’이자 상징인 케인은 자신을 향한 견제를 역이용, 동료의 특급도우미로 맹활약하며 이름값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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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은 이날 소수자와 연대를 상징하는 무지개 빛깔 ‘원 러브’ 완장을 찰 예정이었다. 그러나 FIFA가 경기 중 원 러브 완장을 착용하면 징계를 매기겠다고 하자 ‘차별 반대’라고 적힌 검은 완장을 사용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