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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알 코르의 알 바이트 스타디움에 마련된 추모 공간.알 코르 | 정다워기자

[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정다워기자] 2022 카타르월드컵 기간 동안 대회를 취재하던 취재진 3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먼저 세상을 떠난 미디어종사자는 미국의 유명 축구기자 그랜트 월이었다. 지난 9일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진행 중이던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의 8강전 도중 쓰러졌고, 결국 사망했다. 당시 기자도 현장에 있었다. 미디어 트리뷴 위치는 멀리 떨어져 있어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히 위급한 상황으로 보였다. 이후 기사를 통해 정확한 사건의 경위를 알게 됐다.

다음날에는 카타르 방송사 알카스TV의 사진기자 알 미슬람이 취재 도중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어 12일에는 영국 ITV에서 테크니컬 디렉터로 파견 나온 로저 피어스가 지난달 21일 사망한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 대회를 치르는 동안 이렇게 많은 취재진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처음 듣는다.

지난 14일 프랑스와 모로코의 준결승전이 열린 알 코르의 알 바이트 스타디움 미디어센터에는 세 사람을 추모하는 작은 공간이 마련됐다. 이들의 생전 사진과 작은 꽃다발 하나, 그리고 고인들에게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방명록이 놓여 있었다. 미슬람의 경우 큰 배너 사진도 걸려 있었다.

만나본 적도 없고 대화를 나눈 적도 없지만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마음이 먹먹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두 사람은 40대로 젊은 나이라 더 마음이 쓰였다. 타지에서 세상을 떠나보낸 유족도 생각나 마음이 더 아팠다. 방명록에 작은 글씨로 ‘R.I.P(Rest in peace)’ 한 마디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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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알 코르의 알 바이트 스타디움에 마련된 추모 공간.알 코르 | 정다워기자

이번 대회에서 취재 승인을 받은 취재진은 약 1만2000명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답게 기자단 규모만 해도 엄청나다. 기자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미디어 허브 사이트를 통해 경기 취재 신청을 한다. 신청자가 많을 경우 모두가 미디어 트리뷴에 앉지 못하고 일반 관중석에 앉기도 한다.

월드컵 취재는 처음이지만 경험자들에 따르면 카타르월드컵은 ‘역대급’으로 고단한 대회라고 한다. 보통 월드컵은 여러 도시를 다니며 치른다. 한국 기자들은 우리나라 경기만 취재하기 때문에 많아야 4경기, 보통 조별리그 3경기만 다니게 된다. 이동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긴 하지만 업무가 과중한 편은 아니다.

이번 대회는 다르다. 사실상 카타르 한 도시에서 열리는 ‘도시 월드컵’이라 기회가 되는 대로 취재를 다녀야 한다. 기자만 해도 결승전을 포함해 총 18경기를 현장에서 취재한다. 단순히 경기만 보는 게 아니라 기사를 쓰고 기자회견, 믹스트존 취재까지 하기 때문에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게다가 이번 대회에서는 오후 10시 경기가 많이 새벽에 귀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기자는 지난달 13일 출국했다. 출장 기간이 한 달을 훌쩍 넘었다. 지칠 때가 됐고, 마침 도하 현지에 환절기가 찾아오면서 컨디션도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비단 기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미디어센터에서 보면 기침하는 취재진의 모습을 아주 쉽게 볼 수 있다. 버스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 한 폴란드 기자는 “전에는 셔틀버스가 시끌벅적 했는데 이제 조용하다. 다들 지쳐 보인다”라며 웃었다.

이제 막바지에 도달했다. 각자의 집을 떠나온 전 세계의 기자들이 무사히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기를 기원한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