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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전 NC 감독이 17일(한국 시간) 더 볼 파크 최원제 코치의 타격이론을 듣고 있다. 오른쪽은 최원제. 사진=LA 문상열전문기자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김경문(64) 전 감독은 KBO리그에서 16년 연속 사령탑을 맡았다. KBO리그에서 16년 연속 감독 자리를 지키는 일은 흔치 않고 쉽지도 않다.

2004~2011년 두산 베어스(2011년 시즌 도중 자진 사퇴), 2011~2018년 신생팀 NC 감독을 역임했다. 이후 2019~2021년 대한민국대표팀 감독도 지냈다. ‘직업이 감독’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오랜 기간 사령탑으로 활동했다. 2020도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 실패로 지휘봉을 놓았다. 그러나 현역 복귀의 꿈마저 접은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현재 LA에 머물고 있다. 두 아들이 미국에 살고 있다. 그는 17일 LA 소재 ‘더 볼 파크’ 베이스볼 클리닉을 찾았다. 이곳에서 훈련중인 NC 1루수 오영수와 KT 외야수 김병준을 만나 ‘격려 겸 식사를 대접해주고 싶다’고 자청했다. 오영수는 김 감독이 NC 때 지명한 유망주였다. 자비를 들여 미국까지 와서 훈련하는 두 어린 선수들의 얘기를 듣고, 기특하다는 생각에 ‘선배로서 식사라도 사주는 게 도리’라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었다. 이들의 타격이 끝날 무렵 키움 이정후도 훈련하기 위해 더 볼 파크를 찾아 식사 자리는 커졌다.

김 감독은 이정후에게 “곧 LA에 오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과 함께 다시 한번 식사하자”고 약속하며 헤어졌다. 이정후 배팅폼은 최원제 타격코치로부터 종전과 달라진 스탠스 등을 동영상을 통해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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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전 NC 감독이 더 볼 파크를 방문해 LA에 훈련온 KIA 이의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LA=문상열 전문기자

김 감독이 더 볼 파크를 찾은 이유는 야구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지만, 최원제 타격코치의 새로운 트렌드의 타격을 보고 배우려는 자세도 빼놓을 수 없다. 김 감독은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뒤 지난해 자비로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연수를 했다. 도미니카 공화국까지 건너가는 열정도 보였다. 그는 이날 “솔직히 감독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감독이 된다면 트렌드를 알아야 코치들 교통정리를 하지 않겠느냐”며 최 코치의 현 메이저리그 타격 추이를 경청했다.

사실 김 감독은 늘 배움의 자세는 갖추고 있다. 1992년 애틀랜타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MLB에 관심이 많고 흐름도 파악하고 있다. 야구관은 미국 스타일이다. 본인도 60대 중반이기에 지난해 생애 첫 월드시리즈를 우승한 휴스턴 애르스토르 더스티 베이커(73), 4년 만에 감독으로 복귀해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끈 뉴욕 메츠 벅 쇼월터(66),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테리 프랑코나(63) 등 나이가 지긋한 사령탑의 활약상에 애정을 보인다. 동병상련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KBO리그의 감독 연령대는 협소하다. 최고령이 KT 이강철 감독으로 56세다. 다양성이 부족하다. 야구 감독은 나이보다 개성, 경험, 철학이 더 중요하다. 프런트에 고분고분하지 않고 때론 각을 세우며 긴장감 속에서 구단을 이끌 감독도 필요하다. 하지만 KBO리그 지형상, 김 감독의 설 땅이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다(Money can‘t buy experience)’는 격언이 있다. 김 감독의 오래됐지만, 새로움을 더하는 경험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문상열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