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류현진, 존슨과 첫 호흡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2020.2.17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좌완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은 “볼넷을 내주느니, 안타를 맞겠다”는 자세로 투구에 임한다. 우리나라가 배출한 메이저리거 가운데 류현진만큼 제구가 뛰어난 투수가 흔치 않다.

메이저리그의 레전드 그렉 매덕스를 국내에서는 ‘제구의 마법사’로 부른다. 미국에서의 닉네임은 ‘매드 독(미친개)’, ‘프로페서’로 통한다. 교수 애칭에서 상대를 파악하고 연구하고 던지는 매덕스의 투구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절묘한 체인지접을 구사하는 시카고 컵스 카일 헨드릭스(33)의 닉네임도 ‘교수’다. 헨드릭스를 ‘제2의 그렉 매덕스’로 부른다.

매덕스의 제구는 볼넷 허용 여부로 알 수 있다. MLB 23년 동안 총 740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 가운데 236경기가 노 볼넷이다. 31.9%를 노 프리패스 경기로 이끌었다. 매덕스는 5년 연속(1991~1994년) 내셔널리그 최다 이닝 투구를 한 바 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때인 1994시즌 시즌 최다 209.2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은 단 23개를 허용했다. 이 가운데 3개가 고의4구다. 9이닝 기준 볼넷 허용 1.0이었다. 물론 리그 최소다.

그레그 매덕스
그렉 매덕스 300승 달성 기념식. 2004.8.15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19승4패로 승률 0.846으로 선두였던 1997시즌에는 더욱 가공할 만한 제구를 뽐냈다. 232.2이닝 투구에 볼넷 20개를 내줬다. 고의4구가 6개. 9이닝 기준 프리패스가 고작 0.8로 역시 MLB 최소를 기록했다. 이 해 삼진과 볼넷 비율은 8.85개로 MLB 1위였다.

매덕스가 마운드에 있을 때 경기가 빨리 진행되는 이유가 있다. 타자들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면 빠르게 공격했다. 볼넷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통산 23년 동안 시즌 9이닝 기준 최소 볼넷 허용 1위를 9차례나 했다. 제구의 마법사로 통하는 이유다.

2013년 MLB에 데뷔한 류현진은 지난해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기 전까지 174경기에 선발등판했다. 이 가운데 37경기가 무4사구 경기였다. 21.2%다. 매덕스와 견주면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국내파 가운데 21.2%의 노 프리패스는 매우 높은 비율이다. 통산 평균자책점이 3.24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노 볼넷이다.

류현진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 2020. 2.14.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볼넷 허용은 투수의 평균자책점을 높이는 원흉이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평균자책점이 4.36인 것도 볼넷에서 비롯된다. 박찬호는 9이닝 기준 안타 허용이 8.5에 볼넷은 4.1이다. 류현진은 안타 8.6, 볼넷 2.0에 그쳐 평균자책점을 낮출 수 있었다.

2019년 LA 다저스에서 NL 사이영상 후보 2위에 랭크됐던 원동력도 노 볼넷이다. 그해 29경기에 등판해 12경기가 볼넷이 없었고, 1경기는 볼넷없이 몸에 맞는 볼을 허용했다. NL 평균자책점 1위였고, 9이닝 기준 볼넷도 1.2로 리그 최소를 마크했다.

통산 투구이닝에서 류현진과 매덕스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류현진이 매덕스를 앞서는 카테고리가 하나 있다. 삼진과 볼넷 비율이다. 매덕스의 통산 삼진:볼넷은 3.37이고, 류현진은 4.04다. 류현진은 삼진 4.04를 낚을 때 볼넷을 1개 허용했다.

플로리다 더니든에서 재활에 여념이 없는 류현진이 후반기 토론토에서 마지막 시즌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벌써 궁금하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