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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기성용이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에서 진행중인 2차 동계전지훈련에 참가해 몸을 끌어올리고 있다. 제공 | FC서울

[스포츠서울 | 가고시마=김용일기자] 기성용(35·FC서울)은 지난해 말 휴식기에 영국 웨일스로 이동해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유럽축구연맹(UEFA) B급 라이선스 과정을 이수 중인 그는 과거 자신이 누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클럽 훈련 시스템과 전술 트렌드를 엿보고, ‘옛 은사’ 라파엘 베니테즈(스페인) 감독과 재회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4일 서울의 2차 동계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에 있는 선수단 호텔에서 만난 기성용은 “정말 많이 공부하고 배웠다”고 웃었다. 여전히 돋보이는 클래스로 선수 황혼기를 보내고 있으나 비시즌에 미래를 두고 여러 그림을 그린다. 지도자 연수는 단순히 ‘감독’이라는 꿈을 염두에 둔 것보다 세계 축구 흐름을 느끼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됐다. 다만 그의 생각과 비전을 듣고 나니 미래의 ‘감독 기성용’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기성용은 “지도자 연수 기간 많은 분을 만나 축구 얘기, 코칭 얘기만 한 것 같다. 축구는 여러 철학, 전술이 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감독이나 코치가 바라보는 것과 선수가 바라보는 게 다른 데, 구체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느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요즘엔 지도자가 선수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가 중요하지 않느냐. 그런 것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런 지도자와 선수 간의 차이를 좁히고 신뢰를 쌓는 데 우선으로 여긴 건 ‘선수의 잘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선수의 장점을 파악하는 데 관심이 있다. 최대한 (실전에서) 선수의 퍼포먼스가 잘 나오도록 이끌어주는 리더십, 쉽지 않지만 그것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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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베니테즈 감독 SNS 캡처

2018년 스완지시티에서 뉴캐슬에 합류했을 때 사령탑이던 베니테즈 감독과는 오랜 시간 대화했단다. 그는 “훈련 세션에 대해 많이 물었다.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준비하면 좋을지 등이었다. 베니테즈 감독께서 지향하는 전술이나 철학도 공유했는데 매우 좋은 시간이었다”고 웃었다. 베니테즈 감독도 당시 SNS에 ‘나의 전 선수인 기성용을 만나 행복하다. 그가 감독이 되기 위해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을 나누게 돼 좋았다’며 반가워했다.

기성용은 지난해 한 축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스코틀랜드~잉글랜드 무대를 거치며 경험한 전술 등을 논리 정연하게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스스로 선호하는 전술 색채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말했는데, 평소 쉴 때도 동료와 전술 얘기를 즐기는 편이다. 기성용은 “최근 우리 팀에 (임)상협이가 왔다. (전 소속팀) 포항의 전술도 물어보곤 했다. 사실 경기장에서 늘 변수가 있기에 100% 소화는 어렵지만 선수가 전술 이해도를 갖추면 플레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후배가 기성용을 따르는 건 그저 화려한 커리어 때문만이 아니다. 선수 황혼기에도 여전히 축구에 진중하고, 연구하는 자세를 꼽는다. 특히 서울은 포지션 파괴를 화두로 한 후방 빌드업을 추구한다. 일부 어린 선수는 아직도 “(전술이) 어렵다”고 말한다. 기성용은 “최대한 후배들이 (전술을) 이해하게 해주려고 한다. 무엇보다 선수가 성장하려면 내가 가진 것만 잘해서는 안 된다. 큰 무대로 나가려면 전술적으로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며 “(서울 전술은)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더 욕심을 내서 준비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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