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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드라마가 끝나니 사랑이 정말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도 상대가 준비가 안됐다면 이뤄지기 어려운 것. 그게 바로 사랑이다.”
이토록 고구마 100개 먹은듯한 체증이라니…. 그럼에도 숱한 과몰입자들을 양산한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의 주인공 안수영 역의 문가영은 “나 자신이 바로 ‘사랑의 이해’의 빌런이자 고구마”라며 “시청자들에게 답답함을 안겨 죄송하다”고 생긋 웃었다.
‘사랑의 이해’는 은행에서 벌어지는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한층 복잡하다. 고졸 직원은 궂은일을 도맡고 웬만한 대졸공채사원보다 성과가 좋아도 직급과 직분의 벽에 가로막혀 성과를 인정받지 못한다.
문가영은 갓 입사한 대졸 공채 사원들에게 “선배님” 소리를 듣지만 시간이 흐르면 종국에 “수영 씨”라 불리는, 고졸 서비스 직군 안수영으로 분해 시청자들의 채널을 고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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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계급사회인 은행의 속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수영은 자신에게 진심을 보인 동료 상수(유연석 분)에게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보다 어려운 환경에 놓인 계약직 청경 정종현(정가람 분)과 교제를 시작하며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친다.
“드라마의 메시지가 ‘이해’가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공감을 구하기 위해 시청자들을 설득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수영의 표현과 서사를 감췄다. 내가 수영을 100% 이해하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했다. 한 번도 수영의 선택을 의심한 적 없었다.”
그러다보니 일부 시청자들은 안수영 자체가 ‘사랑의 고구마’라고 답답해했다. 그러나 문가영은 그런 평가조차 “예상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문가영은 상수의 사랑을 마다하고 종현을 택한 수영의 선택에 대해 “먼저 꿈을 잃어본 자의 갈망”이라고 설명했다.
“수영은 너무 많은 걸 포기한 친구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력했지만 이루기 힘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수영은 인생선배로서 종현의 길잡이가 되고자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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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굳이 상수를 모질게 밀어내야 했을까. 문가영은 “아마 수영의 가장 큰 약점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드라마에서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냐는 말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격지심 때문에 별 것 아닌 문제로 크게 다툰 경험이 있다. 상수의 망설임은 수영의 약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드라마는 마지막 회 4년의 세월이 흐른 뒤 두 사람의 재회를 그렸다. 두 사람은 어긋난 인연을 돌이키며 과거를 회상한다.
“두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갔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 시선은 달라도 아마 함께 돈가스를 먹지 않았을까. 시청자들의 관점에 따라 해피엔딩이 될 수도, 새드앤딩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났다가 헤어졌을 수도 있고 결혼했다가 이혼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많은 분들이 수영의 감정을 묻지만 내가 말하는 순간 그 발언이 정답이 될까봐 얘기하지 않았다.”
문가영 자신도 ‘사랑의 이해’를 통해 부쩍 자라난 자신을 느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다가가고, 스스로를 살피는 계기가 됐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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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나 자신에 대해 잘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통해 내 결핍과 약점, 인간관계를 방어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나를 잘 모르겠다. 때로 안수영만큼 신중하고, 때로 상수처럼 진심을 다하고 최선을 다한다. 미경처럼 여유있고 종현처럼 배려하기도 하고. 아마 평생 알아가는 과정을 거쳐 생을 마감하지 않을까.(웃음)”
10살 때 광고모델로 데뷔한 그는 벌써 18년차 중견배우로 자리 잡았다. 본격적인 성인연기자로 주목받기 시작한건 MBC ‘위대한 유혹자’2018)와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2’(2019). 이후 tvN ‘여신강림’(2021)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며 로맨틱코미디 퀸으로 거듭났다. ‘사랑의 이해’ 역시 글로벌 OTT(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돼 인기를 끌었다. 독일에서 태어나 영어, 한국어, 독일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아는 그는 해외 진출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해외진출을 하면 좋지만 계획대로 되지는 않더라. 다만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기 위해 늘 준비하고 있다. 그보다는 27살의 문가영이 ‘사랑의 이해’를 만난 것처럼 28살의 문가영이 어떤 작품을 만날지 더욱 기대된다. 내가 선택한 대본에 확신과 기준을 안긴 작품이라는 점에서 ‘사랑의 이해’에 대한 애정이 깊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