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그레이
지난 달 28일 내한공연을 펼친 미국 팝스타 코난그레이. 제공|라이브네이션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안녕! 한국에 와서 행복해요!! 오늘 밤 즐겨봅시다!!!”

지난 달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내한공연 무대에 선 미국 팝스타 코난 그레이(25)는 90여 분의 공연 내내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관객에게 ‘긍정 바이러스’를 전달했다.

엔데믹 이후 봇물 터지듯 이어지는 팝스타들의 내한 공연이 팬데믹 전 맺은 계약으로 인한 의무감에 소통없는 시간 떼우기식 공연으로 일관하는 것과 사뭇 달랐다. 그는 90분간 18곡을 열창하며 관객과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코난이 할 수 있는 한국어는 ‘안녕’, ‘냉장고’, ‘아깝다’ 등이다. 문제는 언어가 아니라 의지다. 그는 음악으로, 몸짓으로 활기를 전하며 관객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코난 그레이는 유튜버 출신 싱어송라이터다. 2019년 쇼티어워즈(Shorty Awards) 베스트 유튜브 뮤지션 부문을 수상하며 차세대 SNS스타로 주목받았다.

이듬해인 2020년 발표한 싱글 ‘매니악’(Maniac)이 세계적 인기를 얻은데 이어 ‘위시 유 워 소버’(Wish You Were Sober) 등이 수록된 첫 스튜디오 앨범 ‘키드 크로우’(Kid Krow)가 빌보드 앨범차트 5위에 올랐고 틱톡에서 역주행한 ‘헤더’로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했다. 그가 Z세대의 신성에 오르기까지 소셜미디어 덕을 톡톡히 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월드스타덤에 오른 뒤부터는 유튜브 브이로그 게시를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코난은 ‘온라인’ 속에만 존재하기에는 끼와 매력이 넘치는 청년이다.

코난 그레이
지난 달 28일 내한공연을 펼친 미국 팝스타 코난그레이. 제공|라이브네이션

때문에 그의 열정은 현장에서 더욱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날렵하고 길쭉한 팔다리를 드러낸 젠더리스 룩을 걸쳐 입고 K팝 아이돌 스타처럼 골반을 자유자재로 흔들며 리듬을 타고 손키스를 보내는 코난에게 1만 여 팬들도 떼창과 환호로 화답했다.

코난은 ‘피플 왓칭’(People Watching)을 부르다가 아예 관객석 한복판에 몸을 던지기도 했다. 1층 플로어에 마련된 스탠딩 좌석은 코난의 몸짓 하나하나에 열광하는 관객들로 넘실댔다.

실제 코난은 K팝 스타들과도 돈독한 친분을 쌓아 한국팬들에게도 익숙하다. 그는 지난해 내한 후 샤이니 키, 유하 등과 인증샷을 찍고 SBS 라디오 ‘웬디의 영스트리트’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스타 방탄소년단의 멤버 뷔가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로 코난을 뽑는가 하면 코난 역시 방탄소년단의 LA콘서트를 관람하며 서로를 응원한 바 있다.

코난의 곡들은 대체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잔잔한 ‘이지 리스닝’ 계열이 주를 이룬다. 가사도 따뜻하면서도 자전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사랑에 관한 내용을 담은 ‘아스트로노미’(Astronomy)를 부를 때는 기타 한 대를 매고 어쿠스틱한 반주에 맞춰 분위기를 잡았다.

관객들이 스마트폰의 플래쉬 불빛으로 공연장을 반짝반짝 물들이자 코난은 “아름답다”며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베스트 프랜드’(Best Friend)를 부를 때는 “이 곡은 친구에 대한 노래”라고 소개하며 “친구랑 왔으면 서로 서로 ‘허그’(안아줌)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코난 그레이
지난 달 28일 내한공연을 펼친 미국 팝스타 코난그레이. 제공|라이브네이션

시종일관 밝은 에너지를 발산했던 코난이지만 그에게도 어두운 과거가 있다. 아일랜드계 부친과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폭력적인 아버지로 어린 시절을 불행하게 보냈다. 코난의 부친은 이후 한국인 여성, 중국인 여성과 재혼과 이혼을 거듭했다.

코난은 가족에 대한 자전적인 곡 ‘패밀리 라인’을 소개할 때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라며 “당신이 어디서 왔든 당신은 지금 이 자리에 있다. 과거나 가족이 당신을 정의하지 않는다”고 위로했다.

공연의 대미는 역시 그를 스타덤으로 이끈 ‘헤더’(Heather)와 ‘매니악’(Maniac)이다. 마치 이 밤이 그냥 떠날 새라 목청껏 노래하며 쉬지 않고 환호해준 관객에게 보답했다. 앵콜곡으로 ‘메모리즈’(MEMORIES)를 택한 그는 아쉬워하는 관객에게 “곧 다시 보자”고 약속했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