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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도쿄(일본)=황혜정기자]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대형사고를 쳤다. 중요한 승부처였던 터라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러나 실력만큼은 팀 내 최고였다. 강백호(24·KT)가 생애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타율 0.500(14타수 7안타)로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에서 그보다 많은 타수를 부여받은 김하성(타율 0.188), 박건우(타율 0.375)보다 뛰어난 성적이고, 지난해 ‘타격 5관왕’을 차지한 KBO리그 MVP 이정후(타율 0.429)보다도 좋은 성적이다.
단순히 타율만 높은 것이 아니라 순도도 높았다. 2루타 2개(호주, 일본전)를 쳐냈고, 2타점(중국전), 3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강백호는 일본전에서 상대 선발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2루타를 뽑아내 후속타자 양의지가 2점 홈런을 쏘아올리는 발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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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는 지난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데뷔 이래 5년 동안 가장 낮은 타격 성적을 기록했다. ‘커리어 로우’를 기록하며 연봉도 깎였다. 선수로서는 여러모로 자존심이 상한 시즌이었다. 그런 강백호가 WBC 대표팀에 발탁되자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대표팀 이강철 감독은 ‘천재타자’ 강백호의 천부적 감각을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실제로 이 감독은 WBC 호주전에서 강백호가 2루타를 치고 격한 세리머니를 하다 태그아웃 당해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음에도 이후 경기에서 중용했다. 이 감독은 강백호를 선발 출격시키며 “타격감이 좋기 때문”이라고 했고, 지탄에서 그를 보호하기 위해 “강백호에 대한 질문은 자제 부탁드린다”고 공식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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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탑의 굳은 신뢰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강백호는 훨훨 날았다. 일본전에서 2루타를 친 후엔 격한 세리머니도 잊지 않고 했다. 단, 이번엔 베이스는 꼭 밟고 말이다.
그는 WBC 마지막 경기인 중국전이 마무리된 후 취재진과 만나 사과를 했다. 강백호는 “(호주전 세리머니는)일단 그 상황에서는 제가 좀 아쉬웠던 게 맞다고 생각해서 인정하려 했다. 그리고 보여드려서는 안 되는 플레이를 했지만 나도 기분이 좋아서 주체를 못했던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기대해 주신 팬분들께 실망을 드렸다는 것이 죄송스러웠다. 그리고 좋은 결과 못 보여드린 게 죄송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어 “많은 분들께 좋은 모습, 선수로서 성장한 모습, 그리고 사람으로서 인간성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 많이 할테니까 앞으로도 응원 많이 해주시고 열심히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WBC에서 보여준 쾌조의 타격감도 비시즌동안 열심히 훈련한 결과라고 했다. ‘천재 타자’ 강백호가 절치부심하고 다시 이름값을 할 준비를 마쳤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