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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드넓은 중국땅에서 ‘쓰촨’이라하면 잘 모르고 ‘사천’(四川)이라하면 그제야 “아하”하고 고개를 끄덕일 한국인들이 많다.
일단 매운 음식을 떠올린다. 사천 짜장, 사천식 마파두부 등을 우리 혀가 여전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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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쓰촨은 매운 음식으로 유명하다. 예로부터 중국에는 “후난(湖南)사람은 매운 것을 겁내지 않고, 광시(廣西)사람은 매워도 겁나지 않으며 쓰촨(四川)사람은 맵지 않을까봐 겁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운 음식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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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음식 이외엔 쓰촨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알고보면 정말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고장이 쓰촨이다. 삼국지를 통해 한국인들이 늘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는 유비, 관우, 장비 그리고 제갈량의 촉(蜀)이 바로 쓰촨 땅이었으며, 눈에 멍든 듯한 귀여운 용모의 팬더(猫熊), 에버랜드에 있는 황금원숭이(금가원)도 쓰촨 출신이다.
어디 그것뿐이랴 우량예(五糧液), 젠난춘(劍南春), 량지우 등 면세점에서 취급하는 대부분의 바이지우(白酒) 명주들이 쓰촨에서 생산된다.
이렇듯 쓰촨은 중국 내에서도 우리에게 꽤 친숙한 지역인데, 적어도 이번 여행에선 앞서 언급한 것이 아니라 낯선, 그것도 아주 낯선 지역을 소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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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로 떠나는 채비
이달 초 나는 쓰촨 고원 예뉴산맥(野牛山脈)의 뉴베이산(牛背山)을 올랐다. 해발 약 3600m의 산으로 차마고도의 시발점인 야안(雅安) 지역에 위치했다. 뉴베이산은 높지만 산세가 험하다거나 그리 멋스러운 산은 아니다. 다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산허리에 갈지(之)자로 난 아찔한 길이 펼쳐지는데 이길을 따라 유유자적 트레킹을 즐기기에 좋다.
2009년 처음 소개된 뉴베이산이 수많은 중국인들과 외국인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는 이유는, 산정에 서면 360도로 펼쳐지는 어마어마한 풍경 때문이다. 촉산(蜀山)의 왕이라 불리는 공가산(7556m)을 중심으로 6000~7000m급 설봉들이 구름 위로 뾰죽뾰죽 병풍처럼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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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이하크(徐克) 감독이 연출하고 홍금보와 원표, 임청하가 출연했던 영화, 촉산(1983년)이 바로 공가산을 의미한다. 악귀와 무예의 고수들이 하늘을 찌를만큼 높은 산봉우리를 날아다니던 촉산이 한눈에 펼쳐지는 그 장엄한 풍경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뉴베이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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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베이산을 오르기 위해 도착하자 마자 축구대표팀처럼 ‘고소적응훈련’을 했다. 국제공항이 있는 청두(城都)는 평균 해발 600m 정도니 평창이나 태백 정도 밖에 안된다. 이곳에서 바로 3870m의 뉴베이산으로 올라가면 고소증 탓에 머리통 속에 딱따구리라도 한마리 집어넣은 듯 두통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약 1600m의 모시진에 먼저 가서 하룻밤 묵으며 고소에 대해 서서히 몸을 적응시키는 루트를 따랐다. 빙하가 흐르는 하이뤄궈우(해라구)가 있는 모시진에서 구경을 하다 잠깐 해발 3600m 부근의 훙스탄을 다녀오면서 고산에 몸을 내놓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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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생각하면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 같지만 정작 뉴베이산을 오를 때 고소적응훈련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금세 깨닫게 된다. 길이 헷갈리지 않으니 다시 돌아올 것을 대비해 길에다 군데군데 토를 해놓지 않아도 되건만, 고소적응에 실패하면 이같은 ‘동화적 행위’를 반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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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머리 배우 이름을 닮은 훙스탄(紅石灘)은 공가산의 빙하(만년설)가 녹은 새하얀 물이 지나는 자리에 붉은 돌덩어리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는 등 특이한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광물질과 미생물에 의해 시뻘건 이끼를 두른 돌덩어리 가득한 계곡은 마치 어느 행성에라도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물론 정말 행성처럼 산소가 희박해 숨이 가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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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오르다.
하늘에 오를 준비를 했다. 산정에는 롯지가 있는데 우선 씻을만한 곳이 없으며 자체발전기로 돌리는 전기도 아주 잠깐 들어온다고 했다. 쓰리지(3G)도 없으니 충전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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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래 마을 냉적진에서 사륜구동차로 갈아탔다. 교행이 불가능한 비포장길을 오른다. 머리는 꼭 와이퍼 흉내라도 내듯 좌우로, 그것도 메트로놈처럼 아주 규칙적으로 흔들린다. 허릿살이 빠질 정도로 심하게 흔들렸지만 정기적인 동작은 인간에게 휴식을 주나보다. 잠이 들었다.
2시간여를 올라갔을까. 그새 운전사가 바뀌었다. 산정에서 내려온 사람인데 그전 운전사와 크게 구분이 가는 얼굴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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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지점(2800m)에서 출입 등록을 하고 트레킹 준비를 한다. 이곳부터 산소가 부쩍 희박해졌는지, 아니면 머리를 계속 흔들고 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소 이곳부터 어지럼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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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짐들은 따로 올려보내고 간편한 차림으로 트레킹 준비에 나선다. 오후 4시. 구름이 서서히 내려앉고 있다. 뙤약볕과는 별개로 제법 찬 바람도 불어온다. 땀을 흘리지 않도록 옷을 되도록 가볍게 준비했는데 막상 올라간 후에는 이것이 화근이 됐다. 일행 중에 손호탁이란 이름(가명이 아니다)의 젊은 사내가 있는데 그는 거의 등반대장 같은 차림새를 하고 와 주눅을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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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소의 등처럼 완만하다. 총 6㎞의 코스는 임도(林道)라 한 쪽엔 산사면, 다른 쪽엔 절벽이다. 완만한 지그재그 길이 계속 이어진다. 원래 이 정도면 무척 만만한 코스여서 펄펄 날아다닐텐데 몸이 천근이고 카메라가 만근(바뀐 국어 표기법상 만근은 6톤이라고 써야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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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을 억지로 넓히고 입도 벌려 최대한 산소를 많이 들이마셔보지만 숨이 차다. 졸린 것도 산소 때문이다. 구름이 발밑으로 지나도 시큰둥. 발짝만 열심히 옮겨대고 있다. 드디어 정상이 보인다. 그래도 일행중 세번째로 정상에 발을 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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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지라더니…’. 스위스 알프스에 있는 것을 생각했는데 정상 바로 아래턱에 네모난 포장마차처럼 생긴 판자집이 이날 내가 묵을 롯지였다. 허름한 겉에 비해 속은 꽤 아늑하다. 방마다 침대 서너개가 있고 입구에는 따뜻한 화목 난로가 있는 부엌 겸 식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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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내려봤을 때 마치 제크(크래커의 한 종류)를 물고 오는 개미떼처럼 보이던 일행들이 이제사 겨우 도착했다. 게다가 그중 등반대장 차림의 손호탁은 도착하자마자 방에 드러누웠다가 다음날 아침 늦게야 일어났다.
어두워지니 일상이 시작된다. 믿기 어렵겠지만 물티슈로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누군가에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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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렌턴을 켠 채로 삼겹살과 상온의 미지근한 맥주로 저녁식사를 했다. 비가 오고 있었다. 이럴수가. 구름이 밑에 있는데 비는 대체 어디서부터 내리는 걸까. 내일 새벽에 펼쳐질 아름다운 풍경을 기대하며, 산소 소비를 최대한 억제하는 자세(태아 형태)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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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를 걷다
아직 칠흑같은 데 바깥은 어수선하다. 설국열차 내부처럼 렌턴빛이 어지럽게 돌아다닌다. 동틀 무렵에 맞춰 산정으로 올라가려는 움직임이다. 이리저리 손을 뻗어 양말을 찾고 신발에 발을 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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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보니 어스름한 가운데 구름이 온통 발아래에 있다. 당연히 비는 오지 않는다. 구름 아래에 내리고 있겠지. 정상은 길게 뻗어있어 당장 360도 전망이 펼쳐진다. 해가 떠오는 동쪽부터 서쪽 공가산 방향까지 모두 볼 수 있으니 셀카봉으로 파노라마를 찍기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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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중국인 사진작가들로부터 입소문이 난 곳이라 이른 새벽부터 수많은 이들이 커다란 카메라를 삼각대에 올려놓고 진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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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동편 하늘은 구름으로 덮혀 비록 일출의 장관은 보지 못했지만 운해가 아주 기막히다. 특히 뉴베이산부터 공가산 설봉 쪽으로 이어지는 몇십 킬로미터의 공간은 구름이 모두 메워버렸다. 캉딩(康定) 남쪽 공가산 옆으로 하이즈산, 미산, 다이산, 비가여우 등 해발 6000~7000m 설산 45개가 구름 속에서 머리만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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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이라도 날아다닐 듯한 구름의 바다. 해가 뜨자 스멀스멀 산봉우리를 타넘는다. 춤을 춘다. 이따금 만년설을 머리에 인 설봉들이 늠름한 산세를 자랑하려 고개를 내민다. 곳곳에서 탄성(중국말은 평소에도 탄성과 비슷하다)이 터지더니 곧 셔터소리 만이 새벽의 산정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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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도 넉넉찮으니 그야말로 틀림없이 ‘숨 막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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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털너털 내려오는 길 롯지 주인들이 키우는 블랙야크(바람막이 브랜드가 아니다)와 소, 말 몇 마리가 물을 마시러 왔다가 기꺼이 모델을 자처한다. 절벽 위에 있는 숙소 앞 마당은 더욱 근사해졌다. 뒤에서 보면 영락없이 최상의 행복을 느낀다는 ‘클라우드 나인(단테의 신곡 중)’이다.
아침 일찍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은 이에게도 이처럼 귀한 풍경을 선사하니 과연 인심 넉넉한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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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한 상태에서 걷는 구름 위의 산책. 영락없이 하늘을 걷는 기분이다. 비록 산소는 별로 없지만 낭만 만큼은 어디에서보다 가득한 여행이다.
뉴베이산(중국 쓰촨성) | 글·사진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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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도시정보=쓰촨성(四川省)은 중국 중서부 내륙 고원·분지 지대에 있는데 무려 8000만 명의 인구 수를 자랑하는 초대형 성이다. 충칭이 직할시로 독립하기 전에는 1억명에 달했다. 이름에서처럼 고산에서 흘러나오는 4개의 큰 강이 분지 지형을 가로 지르고 있다. 가을철(10~11월) 기후는 한국과 비슷하며 고산지대는 기온이 낮으니 초겨울 옷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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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쓰촨의 매운 맛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얼큰한 매운 맛’과는 좀 다르다. 산초와 통후추, 마늘과 생강을 많이 써서 혀가 얼얼해질 정도로 ‘머리끝까지 저릿한 매운맛’이 바로 쓰촨의 매운 맛이다. 쓰촨 명물 훠궈와 탄탄면, 마라두부(매운 두부) 등으로부터 마포더우푸(麻婆豆腐), 궁바오지딩(宮保鷄丁), 마라샹궈(麻辣香鍋), 마라두부(麻辣豆腐)등 중국 최고 매운 맛의 향연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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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여행전문 ‘뚱딴지여행’(www.ddjts.com)은 ‘뉴베이산 해라구 빙하온천(4박6일)’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텅그리사막, 면산 등 다양한 오지 프로그램으로 마니아 층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뚱딴지여행은 이번 뉴베이산에 대해 올해만 2회의 답사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뉴베이산 여행 최적기는 가을부터 겨울, 봄까지 즐길 수 있으며 여행자의 편의성을 위해 트레킹은 약 2시간 정도 포함했다.
특히 우천이 잦은 여름 시즌에 비해 지금부터는 해돋이 때 사방 운해와 중국내륙 최고봉 공가산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시기다. 활짝 개인 날에는 하늘의 별이 손에 잡힐 듯한 장관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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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베이산 이외에 차마고도의 시작점 야안에서 아주랑교와 상리고진(중국 옛모습을 간직한 마을)을 둘러보고, 청두 금리고가, 관착거리 등 중국의 예스러운 풍경을 간직한 시티투어를 일정 중에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인천~청두 간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며 현지에서 중대형버스와 지프차로 이동한다. 가격 169만원(세금 및 유류할증료 포함) 최소출발인원 6명. 문의 (02)6925-2569.
청두(중국) | 이우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