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민규기자]“많이 혼란스럽다.”

충격적인 결승전 패배다. 정규리그에서 17승1패, 2라운드 전승을 달성하며 ‘1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T1이 지난해 서머 결승에 이어 다시 한 번 패배의 쓴맛을 봤다. ‘봄의 제왕’이 자만했던 결과일까. 참혹한 패배에 T1의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은 “지금 매우 혼란스럽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T1은 9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젠지와의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배했다. T1은 1‧2세트를 내준 뒤 3세트를 승리하며 역전의 발판을 닦았지만 4세트에서 엎치락뒤치락 혈투 끝에 젠지의 파괴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우승의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벵기’ 배성웅 T1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잘했지만 상대보다 덜 준비했고 내가 부족해서 졌다”며 패배의 원인을 자신 탓으로 돌렸다.

굳은 표정으로 인터뷰에 함께한 ‘구마유시’ 이민형은 “결승전을 치르기 전 우리 팀에 대한 확신, 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주변에서도 다들 T1의 승리를 예상했다”며 “지금 많이 혼란스럽다. 밴픽이 잘못된 것인지, 경기 중 판단 플레이가 잘못된 건지 생각하고 있는데 굉장히 혼란스럽다”고 패배의 속내를 털어놨다.

이날 T1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배 감독은 “어제 젠지가 경기장에 와서 최종 결승진출전을 치르며 적응했다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젠지가 더 잘 준비했고 내가 그것에 대해 대처를 잘 못한 게 문제다”며 “젠지가 지난 경기를 밑거름 삼아 훨씬 발전했다. 이를 간과한 것이 크다”고 말했다.

이미 엎질러진 패배다. 주워 담을 순 없다. 그래도 T1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 대회인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 출전한다. 작년 MSI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거뒀지만 올해 다시 한 번 우승사냥에 나서는 것.

이민형은 “지난해 우승해 MSI에 출전했는데 올해 두 팀이 참가하는 것에 대해 만족스럽진 않았다. 그런데 준우승을 해 두 번째로 가게 된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며 “솔직히 준우승한 것이 마음이 엄청 아픈 건 아니지만 응원해준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 슬프다. 이번 결승에선 젠지에 졌지만 같이 MSI에 가서 맞붙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꼭 복수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배 감독은 “많은 팬들이 우리 팀을 강팀이고 우승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스프링 이후 준우승만 네 번째 드리는 실망이라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한 달 후에 MSI가 준비돼 있는데 최대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 꼭 기대에 보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