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손흥민(토트넘·31)이 걸으면 역사가 된다.

손흥민은 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0라운드 브라이턴과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10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토트넘도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득점을 묶어 2-1로 승리, 5위 자리를 유지했다.

손흥민은 이날 데얀 클루셉스키, 케인과 함께 공격진을 구성했다. 전반 10분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반 페리시치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상대 수비를 제친 뒤 환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골키퍼가 손 쓸 수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궤적이었다.

3경기 만에 리그 7호골에 성공한 동시에 전 대회 통틀어서는 11번째 득점(FA컵 2골·챔피언스리그 2골)을 올렸다. 손흥민은 올시즌 부침을 겪고 있는데 3월 A매치 첫 번째 경기인 콜롬비아전에서 멀티골을 넣은 상승 흐름을 리그에 복귀해서도 이어가게 됐다.

손흥민은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역사다. 지난 2019년 11월 유럽 무대 통산 122골을 넘어서 1989년 차범근(121골)이 세운 아시아 선수 유럽 통산 최다골을 넘어서며 신기록을 썼다. 또 지난시즌엔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23골)까지 달성했는데, 이번엔 EPL 100호골 고지에 우뚝 섰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9월13일 선더랜드전을 통해 EPL 무대에 데뷔했다. 같은 달 20일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데뷔골을 넣었다. 약 7년6개월26일, 2765일이 걸려 EPL 100호골 금자탑을 쌓았다.

손흥민을 포함해 EPL 100골을 넣은 건 총 34명인데,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이다. 34명 중 잉글랜드 국적 외 선수는 모두 14명이다. 그만큼 어려운 일을 손흥민이 또 한 번 해냈다.

더욱 놀라운 건 손흥민이 EPL에서 기록한 100골 중 왼발 득점이 41골이나 된다는 점이다. 비율로 따지면 40%가 넘는다. 주발인 오른발로 55골을 넣었고, 나머지 4골은 헤딩이었다.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왼발과 오른발을 가리지 않는 슛과 결정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손흥민은 이날 득점 후 자신의 시그니처인 ‘찰칵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대신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뻗어 하늘을 가리켰다 지난 1일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를 향한 세리머니였다. 의미 있는 득점에 의미 있는 세레머니를 펼친 것.

손흥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최근 힘든 순간을 겪었다. (득점 후) 만감이 교차했다. 이 골을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수많은 축하를 받았다. EPL 사무국은 공식 채널 배경 사진에 한글로 ‘손흥민’이라는 글씨를 써넣었고, 한글로 “축하합니다. 손흥민 선수”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토트넘 동료들은 물론 손흥민과 한솥밥을 먹은 전 동료들도 일제히 그를 향해 ‘월드 클래스’라는 표현을 썼다.

손흥민은 “EPL에서 100골을 넣는 건 엄청난 일이고 내가 꿈꿔온 일”이라고 기뻐하며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놀라운 성과다. 모든 아시아 선수, 특히 한국 선수들이 그들도 할 수 있다고 믿기를 바란다. 나는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돼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 아시아 선수가 EPL에서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뿐만 아니라 손흥민은 EPL 역사상 19번째 ‘100골-50도움’이라는 기록에도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또 앞으로 3골을 추가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103골)와 EPL 통산 득점 공동 32위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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