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다시 한번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겠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위력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무대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연장 접전 끝에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세계 골프팬에게 이름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성유진(23·한화큐셀)이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서 공동 선두에 올랐지만, 연장 승부 끝에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첫날부터 폭발적인 장타와 섬세한 퍼팅으로 LPGA투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비록 트로피는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LPGA투어에서도 정상급 기량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은 큰 소득이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성유진은 16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에바비치에 있는 호아칼레이 컨트리클럽(파72·6303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롯데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바꿔 3타를 줄였다. 페어웨이 안착률(64.3%)이 조금 떨어졌고, 전날 291야드까지 날아가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도 277야드로 조금 줄었다. 바람도 강했고, LPGA투어 무대에서 챔피언조로 플레이하는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린 적중률은 72.2%로 크게 나쁘지 않았고, 28퍼트로 라운드를 마친 것도 소득이다. 3번(파4)과 5번(파5)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순항하던 성유진은 전반 마지막홀인 9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했다. 후반 첫홀(10번홀·파4)과 마지막홀(파5)에서 버디를 잡았는데, 결과적으로 9번홀에서 파세이브했다면 1타차 우승을 차지할 수도 있었다.
정규라운드에서 12언더파 276타를 적어 호주교포 그레이스 김, 중국의 류위와 동률을 이룬 성유진은 18번홀에서 치른 첫 번째 연장에서 보기를 적어 버디를 낚은 그레이스 김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성유진의 세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간 탓에 파를 지키지 못했다.
“연장전에서 반드시 버디를 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공격적으로 쳤다”고 밝힌 그는 “LPGA투어에 초청돼 좋은 경험을 했다. 우승에 가까웠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아내겠다”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그는 “멋진 대회에 초대해준 롯데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내년에 기회가 오면 또 출전하고 싶다”며 LPGA투어 출전 의지를 드러냈다.
성유진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KLPGA투어로 돌아온다. 그는 “KLPGA투어에 돌아가도 톱랭커들과 경쟁한다. 정말 좋은 샷을 가진 선배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스윙과 마인드 컨트롤을 배워 (톱랭커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따낸 그레이스 김은 앱손(2부)투어를 거쳐 정규투어 시드를 따낸 뒤 세 번째 대회 만에 첫승을 거뒀다. 우승상금 30만달러를 벌어들어 이민지에 이어 또 한 명의 호주교포 신드롬을 일으킬 채비를 했다.
후원사 초청으로 대회에 출전한 황유민(20·롯데)은 이날 5타를 줄여 8언더파 280타 공동 9위에 올랐다. 롯데 소속인 최혜진은 6언더파 282타로 공동 13위를 기록했다. 타이틀방어에 나선 김효주(28·롯데)는 최종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해 48위(1오버파 289타)에 머물렀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