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병맛 SF블록버스터를 표방하며 10년간 큰 사랑을 받았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가 대망의 마지막 시리즈를 공개한다.

월드투어 첫 행선지로 한국을 선택한 팀가디언즈가 내한한 가운데, 한국영화와 K팝에 대한 ‘팬심’을 고백하며 기자회견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가오갤3’가 ‘덕심’에 힘입어 시리즈의 유종의 미를 거두고, 마블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5월 3일 개봉을 확정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3)의 연출을 맡은 제임스 건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인 크리스 프랫, 카렌 길런, 폼 클레멘티에프 등 ‘팀 가디언즈’가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내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가오갤’의 주역들이 모두 함께 한국에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크리스 프랫은 영화 ‘패신저스’ 이후 6년 만에, 폼 클레멘티에프는 2019년 코믹콘 서울 행사 이후 4년 만의 내한이다.

제임스 건 감독은 “‘가오갤3’ 월드투어의 첫 번째 행선지로 한국에 온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마지막 ‘가오갤’ 작품이라 많이 웃고 많이 운 작품이다”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6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 프랫은 “한국에 돌아와 기쁘다. 여기에 많은 친구와 팬들이 있어 우리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장소로 정말 좋은 곳”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카렌 길런은 “한국 문화, 한국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며 “한국이 처음이라 기쁘게 생각하고 한국을 더 잘 알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한국계 어머니를 둔 폼 클레멘티에프는 다른 이들보다 한국에 먼저 도착해 한국 문화를 즐겼다며 설레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오갤’은 시리즈 도합 전 세계 흥행 수익 16억 달러(약 2조원)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기도 한 ‘가오갤3’는 가모라(조이 살다나 분)를 잃고 슬픔에 빠져 있던 피터 퀼(크리스 프랫 분)이 다시 가디언즈 팀과 함께 은하계와 동료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가오갤’ 시리즈를 연출해온 제임스 건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가오갤’ 시리즈의 특징으로 빠질 수 없는 건 70~80년대 올드팝이다. 올드팝과 어우러진 화려한 액션과 우주의 아름다운 광경은 큰 사랑을 받아왔다. 제임스 건 감독은 “이번에는 역대급 사운드트랙이 될 것”이라며 “스포티파이로 ‘가오갤3’ 전체 사운드트랙을 들을 수 있었는데 기대 수준에 부합했다”고 말해 기대를 모았다.

이번 편에서 마블 유니버스에서 4차원의 매력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킨 유니크한 히어로 스타로드 역의 크리스 프랫과 가모라 역의 조 샐다나를 비롯해 드랙스 역의 데이브 바티스타, 네뷸라 역의 카렌 길런, 맨티스 역의 폼 클레멘티에프, 그루트 역의 빈 디젤, 로켓 역의 브래들리 쿠퍼 등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인다.

특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희생됐던 가모라가 다시 팀 ‘가디언즈’로 돌아올 것을 알려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크리스 프랫은 “가모라가 이야기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가모라가 죽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시 만난다. 평생의 연인인 가모라를 다신 못 볼 줄 알았는데 돌아온 그녀를 만나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뭉클함을 안긴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또한 ‘메이즈 러너’ 시리즈,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을 통해 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 윌 폴터가 새로운 빌런 아담 역으로 합류해 예측 불가한 전개를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편은 ‘가오갤’의 마지막 시리즈이기도 하다. 영화 팬들 뿐만 아니라 감독과 배우들 역시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먼저 카렌 길런은 “작별하기 싫지만 제임스의 좋은 각본을 제 이름으로 얘기해서 좋았다. 씁쓸하면서도 잘했다 싶으면서도 복합스러운 감정이다”라고 말했다.

‘가오갤2’에서 합류한 폼 클레멘티에프은 “이런 영화에 제가 일부였다는게 고맙다. ‘엑스맨’ 같은 슈퍼히어로 영화에 나오는게 꿈이었는데 ‘가오갤’ 1편을 보고 반해서 오디션을 봤고, 붙으면서 인생이 변했다”고 했다.

‘가오갤’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크리스 프랫은 한국 팬들이 애정을 담아 지어준 ‘스타로드’의 한국 이름 ‘성길’로 불리며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크리스 프랫은 “저희는 영원할 줄 알았는데 영원한 건 없다. 씁쓸하다”며 사라 브라이트만의 ‘타임 투 세이 굿바이’ 한 소절을 부르기도 했다.

이어 “여러 감정이 들지만 일단 감사하다. 이 역할 덕분에 커리어가 바뀌기도 했다. 자긍심을 느끼고 좋은 업적이라 생각한다. 10년간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무엇보다 이날 감독과 배우들의 남다른 ‘한국 사랑’이 돋보였다. 제임스 건 감독은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거듭 드러냈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는데 영화의 고장에 와서 기쁘다. 한국은 ‘기생충’, ‘마더’ 등 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영화들이 있는 곳이다. 액션 영화도 많이 영감을 받았다”며 한국 영화의 광팬이라고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올드보이’를 보고 영화 배우를 꿈꿨다는 폼 클레멘티에프은 “한국음식, 특히 멸치볶음을 좋아한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크리스 프랫와 카렌 길런은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K팝에 대한 애정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크리스 프랫은 “한국이 영화 뿐만 아니라 음악에 있어서도 리더가 되고 있다. 최근 블랙핑크가 코첼라 무대에 오르기도 하고 뉴진스도 정말 좋아한다”고 웃으며 “팝뮤직을 잘하는 나라, 여러 가지 문화의 중심지가 바로 한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시기 한국에 와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카렌 길런은 “방탄소년단, 블랙핑크의 노래를 들으며 기자회견을 준비했다”며 “한국에 와서 이들을 만나면 정말 기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줄곧 국내 천만 흥행을 이끌었던 마블 스튜디오는 ‘블랙 위도우’를 시작으로 ‘샹치 텐 링즈의 전설’ ‘이터널스’ ‘토르: 러브 앤 썬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등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서 ‘가오갤3’의 흥행이 절실해졌다.

특히 마블 페이즈5의 포문을 여는 작품으로 올해 초 많은 기대 속에서 개봉한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흥행 참패를 기록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마블 스튜디오가 ‘가오갤3’로 상황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가오갤3’가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전환점이 될지에 대한 물음에 제임스 건 감독은 “이 영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MCU에서 ‘가오갤’은 가장 크지만 가장 작은 영화다. 가장 작다는 이유는 캐릭터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캐릭터들의 개인적인 면을 가장 가깝게, 감정적으로 채워나간다. MCU가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질지는 모르겠다. 더 이상 MCU에 ‘가오갤’ 팀은 없을 거다. 그러나 희망하건데 MCU와 같은 슈퍼히어로 영화가 더 나오길 바란다. 액션과 스펙터클도 좋지만 조금 더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가오갤’ 팀은 오는 19일 DDP 지하2층 어울림 광장에서 레드카펫 및 무대 행사 등을 통해 국내 팬들과 만날 계획이다. 오는 5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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