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마요르카=정윤택통신원·김용일기자] “이강인 이적 얘기는 5월 중순 이후에 합시다.”
지난 2021년 여름 발렌시아에서 자리잡지 못한 이강인(22) 영입을 주도한 알폰소 디아즈 마요르카 구단 CEO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디아즈 CEO는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헤타페와 2022~2023시즌 스페인 라 리가 30라운드 홈경기(3-1 승)에서 본지와 만나 유럽 현지에도 보도 중인 이강인 이적설 관련 얘기에 말을 아꼈다.
이강인은 이날 프로 데뷔 첫 멀티골을 터뜨리며 마요르카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 마요르카에 둥지를 튼 뒤 라 리가에서만 30경기(선발 15회·1골 2도움)를 뛰며 연착륙한 그는 올 시즌 29경기 중 27경기를 선발로 뛰며 5골4도움을 기록 중이다.
올 여름 이강인의 거취는 국내 팬은 물론 마요르카 팬의 최대 관심사다. 라 리가 활약은 물론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 16강 주역으로 뛴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타 리그 클럽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강인은 올 초 마요르카 구단이 타 팀의 이적 협상 제안을 거부한 것을 두고 구단 소셜 미디어 계정을 언팔(팔로우 해지)하며 불만을 보였다. 디아즈 CEO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적 관련 보도는 모두 루머”라며 “이강인은 팀 목표를 위해 중요한 선수이고 그는 이곳에서 행복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실상 이적 불가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강인이 불편한 반응을 보이면서 어수선한 시간을 보냈다.
현지에서는 마요르카 구단이 2025년 6월까지 계약돼 있는 이강인의 올 여름 이적을 허락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기본적으로 1700만 유로(249억 원) 수준으로 알려진 그의 바이아웃 금액을 충족할 의지가 있는 구단이 언급되고 있다. 디아즈 CEO는 “팀이 (1부 잔류를 두고) 중요한 시기이니 이강인과 관련한 입장은 5월 중순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
이강인도 불편한 건 마찬가지다. 마요르카는 헤타페전 승리로 승점 40을 확보하며 10위에 매겨졌다. 강등권인 18위 발렌시아(승점 30)와 승점 격차가 10이다. 잔여 8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1부 잔류에 가까워진 상황이나, 이강인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더 높은 수준로 마치겠다”며 시즌 종료까지 소속팀에만 집중할 뜻을 보였다.
민감한 이적설을 고려했는지 그는 경기 직후에도 팬과 접촉을 자제하며 퇴근했다. 이강인은 현지를 찾은 국내 팬은 물론 현지 팬의 사인, 사진 촬영 요청에 웃으며 성실하게 답하기로 유명하다. 이날 멀티골로 최고의 날을 만끽했지만 미디어, 팬과 접촉에 부담을 느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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