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황혜정기자] “견제가 나오면, 견제로 관중석에서 응원도, 야유도 나온다. 그게 스토리가 된다. 팬들에 스토리를 주는 것도 LG 트윈스의 방향성과 흥행을 위한 길이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의 철학은 뚜렷하다. ‘이야기(story)’가 많아야 진정한 야구라는 것. 염 감독은 부임 한 달만에 LG 팀 컬러를 ‘뛰는 야구, 공격적인 야구’로 바꿨다. 29일 현재 기준, LG는 총 64차례 도루를 시도했는데, 이 수치는 2위인 NC 다이노스의 37차례에 한참 상회한다.

그러나 도루 성공률은 60.9%로 최하위다. 그러나 염 감독은 도루 시도 자체의 의미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다.

염 감독은 “결과론적으로, 도루를 해서 진 경기보다 이긴 경기가 더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루를 하고, 상대 투수가 이를 견제하고, 그러다 보면 관중석에서 응원과 야유가 나온다. 그게 스토리가 된다. 이는 경기를 다양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했다.

염 감독은 LG가 도루를 많이 시도하면서 나머지 9개 구단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팀과 경기를 하면 상대팀도 피곤하다. 상대 투수들이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도루를 대비하기 위해 유인구를 안 던지더라. 또 퀵 모션을 더 빠르게 하더라. 자기 리듬이 아니란 것이다. 그러면서 볼 비율도 늘어났다. 우리팀 타자 입장에선 공짜 공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LG의 뛰는 야구를 잡기 위해 상대팀이 공을 많이 들이면서 체력이 소모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염 감독은 그 증거로 LG 경기에 선발 등판한 투수들이 5회만에 100구를 채우는 경우가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지난 19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선발 에릭 페디가 5이닝 100구를, 지난 25일 SSG랜더스전에서 선발 문승원이 5이닝 103구를, 지난 28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선발 양현종이 5이닝 99구를 던지며 100구에 육박한 공을 던졌다.

“한 달만에 상대팀들에 우리의 야구가 인식됐다. 다른 팀도 우리 뛰는 야구를 다 따라하더라”며 흡족한 미소를 지은 염 감독은 “우리팀이 리더로서 야구의 한 부분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도루의 실패율은 갈수록 낮아져야 하긴 하지만, 실패했다고 비난하진 않는다. 그렇게 되면 다시 옛 야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G는 그래서 5월에도 ‘뛰는 야구’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다. 리더로서, 스토리텔러로서.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