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배우근기자] 서울마주협회 조용학 회장, 그는 찐 경마팬으로 시작해 마주가 되었고, 현재 480여명으로 구성된 마주협회를 이끌고 있다. 조 회장의 마주 인생은 우리나라 경마의 공정·투명의 기틀을 마련한 개인마주제 30주년과 맞닿아 있다.

마주로서는 젊은 나이인 37세에 마주가 된 그는 서울마주협회 원년 멤버이기도 하다. 400여명으로 시작한 원년 멤버 중 드물게 젊은 나이인 30대였다.

이처럼 말에 대한 유별난 그의 애정은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처음으로 경마장에 입장해, 분석하고 추리하는 재미에 빠졌다. 80년대 초반부터 선진 경마에도 눈을 떴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볼티모어로 연수를 갔는데, 경마장이 가까이 있었다.

미국에선 말에 주인이 있었고, 말에 대한 혈통도 자세히 공개돼 있었다. 지금은 한국경마도 당연히 마주가 있지만, 괴거에는 시행체가 말을 모두 소유한 형태였다. 우리나라는 1993년부터 개인마주제가 도입됐고 조 회장의 마주 인생도 본격 출발했다.

30년 마주 인생의 조 회장은 ‘성공한 마주’에 대해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첫째 챔피언 말을 소유하는 것. 이를 위한 조건으로 그는 “좋은 혈통의 말도 챔피언이 되는 것은 90%가 운이다. 챔피언이 될 명마를 소유하고 싶다면 마주로서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는 명예다. 조 회장이 마주로서 더 무게를 두는 지점이다. 그는 “마주로서 명예, 긍지, 사회공헌의 실현을 원한다면 그렇게 실천하면 된다. 그것도 마주로서의 영예로운 성공이다”라고 강조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한 것.

이처럼 마주의 명예는 사회공헌과 직결된다. 경마가 시작된 영국 등 경마 선진국에서 마주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다. 사회적 존경을 받는 선망의 대상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이다. 특히 레저스포츠로서의 문화적, 산업적 가치를 덜 인정받는다. 여기엔 사회적 편견도 존재한다.

조 회장은 이에 대해 마주협회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려 한다. 더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성찰이다. “마주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더 많은 사회공헌에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이다.

여기엔 경주마 복지도 포함된다. 마주협회와 마사회는 최근 말 복지를 선포하며 연간 20억씩 5년간 100억원을 조성해 경주마 복지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생명존중과 동물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발맞추는 행보다. 경제산업동물로서의 경주마이지만, 퇴역 후 소유권을 넘긴 후에도 이력을 추적, 관리하는 등 경주마의 퇴역 후 삶의 복지 강화에도 포커스를 맞춘다.

무엇보다 올해 우리나라 경마는 새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온라인 마권 발매 법안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 향후 온라인 마권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마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이는 경마 선진국들이 이미 걸어간 길이다. 일본과 홍콩 등은 온라인 발매가 전체 70% 이상을 차지하며 코로나 팬데믹을 이겨냈다.

반면 국내 경마는 온라인 시장의 미비로, 경마중단과 무관중 경마를 반복하며 사상 초유의 생존위기에 직면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요즘은 휴대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 스포트토토, 경륜, 경정 등은 이미 온라인 발매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경마도 시대에 맞는 발매수단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온라인 시장과 더불어 세제개혁도 중요하다. 조 회장은 온라인 마권과 세제개혁의 제도개선을 통해 불법시장의 축소 및 경마에 대한 인식개선, 국가 재정기여 확대를 확신한다.

경마 건전화에 성공한 홍콩을 예로 들 수 있다. 조 회장은 “2006년 경마개혁을 통해 홍콩은 합법보다 시장규모가 큰 불법시장을 흡수할 수 있었다. 세수증가에 따른 사회기여도 역시 끌어올렸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홍콩은 세재개혁과 함께 고액 마권 구매 고객에게 10%를 돌려주는 리베이트 제도로 불법시장을 크게 축소시켰다.

현재 홍콩의 경마시장 규모는 국내에 비해 2.5배인데, 사회적 기여도는 30배 이상이라는 평가다. 이를 홍콩 시민들도 체감하고 있다. 마권 구입으로 인해 사회적 인프라의 발전을 느끼고 있다.

조 회장이 바라는 세제개혁의 핵심은 세율인하다. 국내 경마세율은 16%로 가까운 일본 10%, 홍콩 12%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향후 국내경마도 레저세 인하와 환급률 인상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불법 경마를 줄이고 재정기여도를 크게 높일 것으로 예상한다.

조 회장은 궁극적으론 국내경마가 세계경마의 주축이 되길 희망한다. 최근 세계 경마대회에서 일본마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 영향으로 일본 내 경마시장이 견고하게 성장중이다. 세계 1등이 나오면 그 종목은 사랑받기 마련이다.

이 지점에서 국내 마주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세계무대를 휩쓰는 챔피언이 탄생하면, 경마산업의 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챔피언은 종마로서의 가치도 매우 높다. 그만큼 투자와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는 마주협회가 온라인 발매와 세제개혁을 요청하는 것과 연결된다. 조 회장이 꾸준하게 경마를 관리 감독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경마의 산업적 가치와 레저스포츠로서의 문화적 가치 및 순기능을 계속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마주협회도 혁신과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이 또한 조 회장이 강조하는 대목이다. kenny@sportseoul.com 사진|마주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