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은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유럽 빅리그서부터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지속해서 내지만 일부 몰지각한 팬의 행동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 축구 대표 스타인 손흥민(31·토트넘)을 향한 인종차별 행위가 또다시 발각돼 떠들썩하다.

토트넘 구단은 크리스털 팰리스와 EPL 35라운드 홈경기(1-0 승) 다음 날인 7일(이하 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이 팰리스전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것을 인지했다. 모든 차별은 혐오스럽고 용납할 수 없다’며 ‘경찰과 상대 구단 팰리스와 협력해 (가해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팰리스 구단도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에 대한 영상이 유포되는 것을 안다. 증거는 경찰과 공유했다. 신원이 확인되면 제지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풋볼런던’ 등 다수 영국 언론에 따르면 손흥민은 팰리스전 후반 44분에 아르나우트 단주마와 교체돼 벤치로 향할 때 원정석에 있는 팰리스 팬으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 이 팬은 손흥민을 향해 손으로 눈을 찢는 동작을 했다. ‘눈찢기’는 동양인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다. 손가락 욕을 하는 등 그를 향한 공격적인 비난을 하는 다수 팬이 있었지만 인종차별은 엄연히 EPL 사무국에서도 ‘범죄’로 취급하고 있다.

‘눈찢기’를 한 팬은 현지 중계 카메라에 잡혀 국내·외 각종 커뮤니티에 나돌고 있다. 이 팬은 사법당국으로부터 축구장 입장 금지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8월15일 첼시와 토트넘의 경기에서도 한 30대 남성 첼시 팬이 관중석에서 손흥민이 코너킥을 차려고 했을 때 상의를 벗고 눈을 찢는 동작을 했다가 런던의 시티 오브 런던 치안법원으로부터 벌금과 3년간 축구 관람 금지 처분을 받았다.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행위는 여러 번 발생했다. 지난 2월 웨스트햄과 24라운드에서 상대 팬이 SNS에 ‘개고기를 먹어라’ 등 인종차별 글을 게재해 공분을 샀다. 또 이달 초 리버풀과 34라운드에서 손흥민이 코디 각포와 볼 경합한 상황을 두고 영국 ‘스카이스포츠’ 70대 해설가인 마틴 테일러가 ‘쿵후(martial arts)’라고 발언했다가 사과한 적이 있다.

국제 축구계는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펼친다. EPL도 ‘인종차별의 여지는 없다(No room for Racism)’를 슬로건을 패치로 달고 뛰고 있다. 다만 인종차별 캠페인의 방향은 흑인 선수에게 집중되는 편이다. 손흥민을 비롯해 여러 아시아 선수가 유럽 무대에서 인종 차별을 당하지만 흑인 선수보다 덜 조명받는 등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손흥민은 월드스타로 성장한 아시아 축구 아이콘이다. 그런 그에게도 무차별적인 인종차별 발언과 행위가 이어지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갈수록 아시아 선수의 빅리그 입성이 늘어나는 시기에 유럽 각 리그 사무국이 주목하며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