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회15번홀 드라이버 티샷1
헤럴드KYJ 투어챔피언십의 디펜딩 챔피언인 허인회가 대회 2라운드 15번 홀에서 드라이브샷을 날리고 있다.  제공 | KPGA

[스포츠서울] “골프만큼은 겸손하게 해야겠다. 골프를 상대로 이기려다 정말 혼났다.”

‘4차원 꽃미남’으로 통하는 허인회(27·JDX멀티스포츠)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헤럴드·KYJ 투어챔피언십의 디펜딩 챔피언이다. 그는 지난 해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게으른 천재’의 낙인을 벗어던졌고, 생애 첫 스폰서를 맞는 겹경사를 누렸다. 최근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도신 토너먼트에서 일본 최다언더파 신기록(28언더파)을 수립하며 정상에 올랐다.

30일 제주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에서 막을 올린 이 대회에서 허인회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것은 당연했다. 그는 1라운드 초반 4개 홀에서 버디 3개를 잡으며 위풍당당하게 출발했지만 이후 6개의 보기로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그러나 폭우와 안개가 기승을 부린 31일 2라운드에서는 전반에만 4타를 줄이며 가파르게 순위를 끌어올렸다. 악천후로 2라운드가 중단되기까지 허인회가 기록한 4언더파는 이날 데일리 베스트였다.

인터뷰룸에서 만난 허인회는 “여기 오니까 1등 한 것 같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늘 계속 쳤어야 되는데 아쉽다. 다른 선수들은 이런 날씨에는 경기를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닌가, 너무 불공평하게 됐다고 얘기를 하더라. 그래서 그냥 조용히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허인회인터뷰1
허인회가 헤럴드 KYJ 투어챔피언십 2라운드가 악천후로 중단된 뒤 인터뷰룸에서 빼어난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제공 | KPGA

허인회는 전날의 오락가락한 플레이가 커다란 교훈이 됐다고 했다. 그는 “어제 3오버를 쳤는데 정말 심각했다. 사실 디펜딩 챔피언으로 대회에 출전하 것이 처음이다. 예전에 우승했을 때는 그 이후에 대회가 없어졌다. 디펜딩 챔피언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부담되더라. 무언의 압박이 있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출발은 좋았는데 우승 스코어만 바라보고 가다보니 실수 한 번을 하고는 내가 엄청나게 잘못한 줄 알았다. 전반에 5언더까지도 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가 8번 홀, 9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하고 그 다음에 이븐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의욕상실 상태였다. 그럴 상황은 아니었는데 욕심이 너무 멀리 가있었다. 웃고는 있었는데 웃느라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허인회는 “겸손은 미덕이 아니다라고 얘기하고 다녔는데 골프는 내가 못이기겠더라. 골프만큼은 ‘내가 잘못했어요’라고 생각하고 쳐야겠다. 어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남은 라운드는 더 자중하면서 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정말 차분하게 했다. 디펜딩 챔피언인데 예선에서 떨어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실수했을 때도 정신을 차리자고 스스로 다잡았다. 그동안 너무 거만했던 것 같다. 내일도, 모레도 그렇게 겸손한 자세로 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전반에 4타를 줄였으니 내일 잔여 경기에서 4타를 줄여 지난 해 내가 기록했던 코스 레코드(7언더파)를 깨고 싶다. 4번 홀 중간에 들어왔는데 홀까지 100야드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니 충분히 버디를 낚을 수 있을 것 같다. 내일 4타만 줄이면 선두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적어도 이번 대회에서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차분히 마무리하겠다”

9번홀 그린침수1
하루 종일 오락가락한 비 때문에 헤럴드 KYJ 투어챔피언십 2라운드가 벌어진 롯데스카이힐 제주 골프장 9번 홀 그린이 물에 잠겨있다.  제공 | KPGA

한편 이날 경기가 악천후로 중단됨에 따라 KPGA는 이 대회를 72홀 경기에서 54홀 경기로 축소하기로 했다. KPGA는 “계속 경기를 진행해서 가능하면 72홀까지 치르려 노력했지만 전체적으로 시간을 따져본 결과 72홀로 종료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회는 54홀로 축소해서 진행한다. 내일(11월1일) 오전 9시부터 잔여 경기를 속개한다. 정상적으로 2라운드가 오후 3시40분경 종료될 것 같다. 이후 컷 오프를 하고 일요일 오전에 마지막 라운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KPGA 투어는 악천후로 인해 대회가 축소될 경우 36홀 이상을 치른 경우에 공식 경기로 인정한다. 36홀로 마무리된 경기는 상금이 75%로 축소되지만 54홀 경기는 72홀 경기와 상금이 똑같다.

허인회는 “개적으로는 대회가 축소된 것이 아쉽다.결정이 난 후에 선수들에게 들었다. 생각 전혀 못했다. 한 라운드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아쉽지만 아쉽지 않게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 |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