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천=김동영기자] “밤잠을 설쳤다.”

서대문구청 여자농구단이 첫선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한 경기로 대회가 끝났다. 그러나 가능성을 봤다. 무엇보다 지원이 든든하다. 이성헌(65) 구청장이 지원군의 선봉이다.

서대문구청은 20일 경북 김천의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 전국실업농구연맹전 겸 지역별 농구대회에서 대구광역시청을 만나 55-79로 크게 패했다.

경험의 차이가 컸다. 서대문구청도 프로 출신이 4명이 있지만, 대구시청 또한 WKBL 출신 선수만 6명이다. 2022 전국체전 은메달을 따냈다. 전력차는 확실했다. 나아가 체력도 아직은 부족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지난 3월29일 창단했으니 채 두 달도 되지 않았다. 준비기간이 짧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선전했다. 특히 2쿼터 초반까지는 대구시청과 팽팽하게 붙었다.

박찬숙 감독도 “희망을 봤다. 나도 조금만 열심히 지도한다면 우리 팀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선수들 너무 잘했다. 고맙다. 7월 종별선수권대회 준비 잘하겠다. 전국체전까지 출전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날 체육관에는 이성헌 구청장도 자리했다. 이날 서울시민체육대축전 등 굵직한 행사들이 있었지만, 모두 제치고 김천까지 내려왔다. 복장부터 눈에 띄었다. 깔끔하게 정장을 입었는데 신발은 또 운동화였다. 농구코트를 대하는 기본 예의를 갖췄다는 의미다.

대충 보고 간 것도 아니다. 본부석 가장 앞자리에 앉아 경기를 끝까지 관전했다. 박수와 환호도 아끼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사실 구청 단위 농구단은 이례적이다. 이날 출전한 팀들만 봐도 서울시체육회, 사천시청, 김천시청, 대구시청 등 시 단위다. 구 단위로는 최초 케이스다. 12억5000만원의 구 예산도 책정했다.

이성헌 구청장은 “어제 밤잠을 설쳤다. 너무 기분이 좋더라. 미팅 후 다시 만날 약속을 잡고, 그 날을 기다리는 심정이랄까. 오늘 다른 행사도 있었는데 아침 일찍 김천으로 출발했다”며 웃었다.

농구단 창단에 대해서는 “서울에 25개 구가 있다. 15개 구는 스포츠 종목을 하나씩 육성하고 있다. 유독 서대문구만 없었다. 국민체육진흥법에 1000명 이상 되는 공공기관에서는 의무적으로 스포츠 종목을 육성하도록 되어 있다. 어떤 것을 할지 논의를 하다가 농구팀을 만들기로 했다”고 짚었다.

이어 “마침 박찬숙 감독님께서 맡아주시기로 했다. 어려움을 겪었던 선수들을 모아서 다시 희망을 안고 운동할 수 있도록, 이를 통해 이 시대 많은 어려운 이들에게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봤다. 기쁜 마음으로 창단했다.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실 농구를 좋아하지만, 내가 키가 작아서 잘 끼워주지 않았다. 그러나 농구는 볼수록 매력이 있다. 쉼없이 뛰는 체력이 필요하고, 팀워크도 있어야 한다. 잘 모르기는 하지만, 농구의 매력에 빠져서 열심히 보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구민들을 하나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날 버스 5대를 통해 200여명의 구민들이 김천까지 내려왔다. 박찬숙 감독은 “자발적으로 내려오셨다. 너무 지원자가 많아 인원수를 제한해 이 정도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성헌 구청장은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스포츠가 정말 효과적이다. 월드컵, 올림픽 같은 것을 보면 모두 하나가 된다. 필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갈등도 있었고, 어려움도 있었다. 스포츠를 통해 하나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지속성’이다. 계속 유지하려면 결국 ‘돈’이 필요하다. 언제까지나 세금만 쓸 수는 없는 노릇. 외부에서 투자를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여러 기업을 만나고 있다. 직접 설명을 하고 있다.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성과는 낼 수 있을 것 같다. 잘해서 꾸준히 팀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중간에 없어지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WKBL에 6개 팀이 있다. 고교 혹은 대학 졸업 후 프로에 지원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취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길도 있어야 한다. 실업팀이 이런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신생팀 서대문구청 창단이 반가운 이유다. 구청장을 비롯한 구민들의 관심이 높다.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