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포마드로 단정하게 빗어 넘긴 올백 헤어 스타일과 깔끔한 수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실장님’을 연상케 하지만 그의 ‘돌은 눈’과 섬뜩한 미소에서 다른 김선호가 느껴진다.
다음 달 21일 개봉하는 영화 ‘귀공자’ 속 김선호의 모습이다. 차세대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으로 각광받던 배우 김선호가 장르물 대가 박훈정 감독의 손을 잡고 돌아온다.
그는 박훈정 감독의 신작 ‘귀공자’에서 복싱선수 마르코(강태주 분)의 뒤를 쫓는 의문의 남자 귀공자로 분해 지금껏 보기 힘든 광기를 선보인다. 김선호의 첫 스크린 도전작이기도 하다.
실상 이번 작품은 김선호의 연기 변신과 첫 영화 도전 외에도 의미가 남다르다. 2년 전 떠들썩한 스캔들을 겪었던 김선호가 마침내 팬들 곁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tvN ‘갯마을 차차차’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김선호는 전 연인이 낙태종용 등 사생활을 폭로하며 활동을 잠정 중단해야만 했다. 반듯하고 모범적인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김선호의 이같은 논란은 여느 스타들보다 더 치명적이었다.
추후 양측의 문자메시지 등이 공개되며 쌍방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대중도 인지했지만 이미 김선호는 고정출연 중이던 KBS2 ‘1박2일-시즌4’를 비롯해 ‘도그 데이즈’, ‘2시의 데이트’등 출연을 확정한 영화에서 줄줄이 하차한 상태였다.
‘귀공자’는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김선호를 고집한 작품이다. 김선호는 지난해 연극 ‘터칭 더 보이드’(Touching the Void)를 통해 복귀를 알렸다. 하지만 영화는 연극보다 대중 파급력이 강한 매체다.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2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김선호는 이를 의식한 듯 “개인적인 일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라며 “박훈정 감독님을 비롯해 많은 스태프가 노력해 만든 자리인 만큼 잘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슬픈 열대’라는 가제로 촬영을 이어갔던 ‘귀공자’는 영화에서 김선호가 연기한 인물인 ‘귀공자’로 제목까지 변경했다. ‘귀공자’는 필리핀 불법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선수 마르코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를 비롯,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등장해 그를 추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선호는 “마르코를 쫓는 ‘맑은 눈의 광인’”이라고 캐릭터를 소개하며 “깔끔한 외양과 달리 진지한 순간과 총을 쏠 때도 웃고 즐기고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프로 추격자’인 귀공자를 연기하면서 김선호가 가장 많이 물었던 질문은 “왜 이래요?”였다고. 그는 “영화가 공개되면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건 당시 김선호가 모든 작품에서 하차했음에도 끝까지 김선호를 고집했던 박훈정 감독은 “김선호의 캐스팅에 고민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라면서 “뾰족한 대안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훈정 감독은 차기작인 ‘폭군’에서도 김선호, 그리고 ‘귀공자’의 김강우와 연을 이어간다.
박 감독은 “‘귀공자’는 냉정하고 냉철하고 잔인한 면이 있지만 엉뚱하고 본인만의 유머를 갖고 있고 여러모로 매력적인 캐릭터”라며 “김선호는 내가 생각한 캐릭터와 가장 잘 어울릴만한 배우다”라고 믿음을 보였다.
영화는 김선호 외에 배우 김강우, 고아라, 1980대1의 경쟁률을 뚫은 신인 배우 강태주가 출연한다. 극 중 마르코를 쫓는 의문의 한 이사 역을 연기한 김강우는 “내가 지금까지 연기한 빌런 중 가장 악역이다. 좋게 말하면 상남자지만 나쁘게 말하면 미친X”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역시 마르코를 쫓는 미스터리한 인물 윤주 역을 맡은 고아라는 “마르코를 쫓는 인물이지만 더 이상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극 중 모든 이에게 쫓기는 복서 마르코 역을 연기한 신예 강태주는 “복싱 장면 외에도 모든 액션이 마르코에게 집중됐기 때문에 복싱을 베이스로 한 무술 장면이 많았다”라며 “모든 촬영에 내게 배움이고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훈정 감독은 “작품 초반에는 어두운 이야기로 출발을 했는데, 촬영을 하다 보니 조금씩 밝아졌다. 제가 어두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귀공자’를 통해서 밝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전작과 달리 영화의 템포가 빠르고 다크함을 덜어내 피로함이 적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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