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기자] “참 멀어 보였던 1군인데...”

SSG 포수진에 ‘새로운 피’가 수혈됐다. 입단 3년차, 이제 21살인 젊은 포수다. 잠재력은 확실하다. 김원형(51) 감독도 1군에 놓고 쓰는 중이다. 차세대 포수를 꼽을 때 ‘선두 주자’가 되고 싶다. ‘찜’했다.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조형우(21) 이야기다.

조형우는 올시즌 24경기에 출전했다. 기록은 타율 0.182, 1홈런 4타점, OPS 0.568이다. 빼어난 기록은 아니다. 그러나 ‘1군 포수’로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21년 1라운드 지명자다. 고교 시절 최고 포수 소리를 들었다. 첫 시즌은 퓨처스에서만 보냈다. 2년차인 지난해 1군 무대를 밟았다. 9경기에 출전했다.

올해는 이미 24경기다. 지난 시즌 출전 경기수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계속 1군에서 뛸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에이스 커크 맥카티의 전담 포수로 나서는 중이다.

수비에서 좋은 모습이 나온다. 포수 포지션은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 이쪽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감독이 기용하는 이유가 다 있다.

광주일고 시절 빠른 팝 타임(포구 후 공을 빼는 속도)이 주목받았고, 도루 저지도 좋았다. 2021년 신인 지명자 가운데 두 번째로 지명됐다. 롯데 1차 지명 손성빈만 앞에 있다. 2차 지명에서는 포수 전체 1위다. 그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다.

담금질의 시간을 거쳐 1군에서 조금씩 꽃을 피우고 있다. 김민식이라는 확실한 주전 포수가 있지만, 한 명으로 풀 시즌을 치르는 것은 무리다. 백업은 무조건 필요하다. 조형우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김원형 감독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공격 지표는 아직 모자란다. 그러나 맥카티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맥카티 공이 잡기 쉬운 공은 아니다. 잘 적응하고 있다. 수비 측면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다. 충분히 1군에서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조형우도 즐겁게 1군 생활을 하고 있다. “재미있다. 1년차 때는 퓨처스에만 있었다. 작년에는 1군에 나가는 것이 목표였다. 올해는 시즌 앞두고 작년보다 많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미 달성했다. 예상보다 빨리 1군에 올라오게 됐다. ‘어떻게 된 거지?’ 싶더라. 의아했다. 그래서 더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며 웃었다.

맥카티의 공을 받는 것도 행운이다. 좋은 투수가 좋은 포수를 키우는 법이다. “많이 배운다. 내가 운이 좋다. 나갈 때마다 한 번도 빠짐 없이 느낀 것이 있다. ‘공이 정말 좋다’고 느낀다. 실점을 하면 내가 다 아쉽더라. 내가 리드를 하는 것보다, 맞춰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 경험치도 쌓인다. 맥카티와 할 때 했던 생각을 다른 투수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대신 팁을 얻고 있고, 배우는 것들이 있다. 다른 투수와 배터리도 이뤄야 하지 않겠나.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리그 전체로 봤을 때 젊은 포수가 부족하다. 30대 중반인 양의지가 여전히 최고 포수다. 40살을 바라보는 강민호도 여전히 주전으로 뛰고 있다. 박동원, 최재훈, 유강남 등도 모두 30대를 넘겼다.

세대교체가 가장 필요한 쪽이 포수다. 조형우가 선봉에 설 수 있다. “내가 젊은 포수의 선두 주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재작년이나 작년에는 ‘멀리서 바라보는’ 위치였다. 멀어 보였다. 이제는 조금씩이지만, 내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욕심도 더 생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고 힘줘 말했다.

누구나 프로에 오면 1군이 목표다. 쉽지 않다.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조형우도 그 과정을 거쳤다. 이제는 조금씩 ‘내 것’을 만들고 있다. SSG를 넘어 리그 전체로 봤을 때 반가운 부분이다.

물론 보완은 필수다. 특히 공격이 그렇다. 1할대 타율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나도 아주 아쉽다. 점점 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또 마음대로 안 되더라. 하나씩 치면서 내가 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회를 만들고, 계속 나가면서 결과를 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당장은 안 될 수도 있다. 계속 훈련하고, 노력해야 한다. 지난달 2일 KT전에서 첫 홈런이 나왔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좋은 것이 나왔다. 그때 느낌을 되찾고 싶다.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코칭스태프 조언도 있었다. “타격코치님이 ‘너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한 타석이 소중하다고 하는데, 막상 계획을 세우고 들어가지는 않았다. 들어가면 ‘치는 것’만 생각하게 된다. 달라져야 한다. 어리다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나이는 핑계다”고 각오를 다졌다.

포수 수비도 더 잘하고 싶다. “아직 부족하다. 내가 긴장하고, 위축되는 스타일은 아닌데, 작은 실수가 많다. 도루 저지가 강점이라고 하지만, 1군에서 한 번도 잡지 못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안정적인 수비를 하고 싶다. 포수는 안정감이 중요하다. 그래야 투수가 편하다. 보는 사람도 편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 가능성도 결코 없다고 할 수 없다. 9일 발표가 나온다. 포수 쪽에서 선발에 애를 먹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와일드카드를 뽑지 않는다면, 젊은 포수 쪽에서는 조형우도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조형우는 “기대를 아예 안 하고 있다. 뽑힌다고 하면 정말 영광 아니겠나. 가문의 영광이다. 내 스스로 부족한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며 웃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