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국가대표 선수로 국제대회를 치른다. 베테랑 선수가 되면 ‘플레잉 코치’로 젊은 선수들에 노하우를 전수한다. 유니폼을 벗으면 지도자로 변신해 국가대표팀을 이끈다. 지도자로서도 은퇴하면 기술고문 등으로 대표팀과 함께한다. 일본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다.
일본에선 여자야구 선수가 대표팀에서 은퇴하면 자연스럽게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 반면, 대한민국 여자야구 대표팀 선수들은 은퇴 후 밟을 수 있는 지도자 코스도 지도할 곳도 사실상 전무하다. 7~8년간 국가대표로 뛰며 헌신한 선수들은 대표팀 유니폼을 벗으면 대부분 생업에만 몰두할 뿐 지도자로 대표팀에 돌아오지 않는다.
지난달 말부터 이번달 초까지 홍콩에서 열린 ‘2023년 아시안컵(BFA)’에서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은 세계랭킹 1위 일본, 2위 대만에 이어 소중한 동메달을 따냈다. 풍부한 프로야구 지도자 경험이 있는 양상문 감독과 프로야구 스타 플레이어 출신 선수들이 코치진으로 왔지만 여자야구는 처음 지도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화려한 경력을 가진 베테랑 지도자가 와도 처음 치르는 여자야구 국제대회에선 생각지 못한 점들이 있었을 것이다.
처음 국내에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이 만들어진 건 지난 2008년, 무려 15년 전이다. 그 사이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을 아시안컵(BFA), 세계야구월드컵(WBSC)에 여성 감독이 이끌고 간 사례는 한 번도 없다.

반면, 일본은 여자야구에서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투수 사토 아야미가 이번 대회 ‘플레잉 코치’같은 역할로 선수단과 함께했다. 사토는 한국전에 선발 등판하는 등 선수로서 역할도 충실히 했지만, 일본 대표팀 훈련 시간에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고 훈련을 이끄는 모습도 보였다.
현재 일본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인 나카시마 리사는 일본 여자야구 국가대표 출신으로 일본에 숱한 우승컵을 안긴 사람이다. 그는 일본 대표팀 코치를 거쳐 지난 2020년부터 일본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리사 감독도 함께한 선수들을 잘 알고, 선수들도 리사 감독을 잘 아니 이보다 좋은 시너지 효과는 없을 것이다.
일본 대표팀 감독을 그만두면 기술고문으로 일하거나 일본 일선 고등학교 여자야구부 지도자 생활을 한다. 메구미 키타 전(前) 일본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현재 ‘아시아야구연맹(BFA)’ 기술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일본에선 오사카에 있는 명문 리세이샤 고등학교 여자야구부 감독으로 있다.

결국은 시간 문제다.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은 당분간 프로야구 스타 감독·선수 출신들에 의존하겠지만, 점차 여성 지도자를 키워 결국엔 일본처럼 ‘연속성’ 있는 대표팀을 만드는 것이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야구 국제대회 경험이 있었던 대한민국 대표팀 구성원은 일부 베테랑 선수들과 한국여자야구연맹(WBAK) 사무국장 뿐이었다.
대표팀은 현재 리틀야구단에서 기본기를 잘 닦아온 젊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20명의 구성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10대 후반~20대 초반이다. 이들 중 일부는 향후 일본 실업팀에서 직업 선수로 뛰거나, 트레이너, 스포츠 지도자 등을 꿈꾸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키우는가에 따라 향후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의 경쟁력이 달라진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