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전=김용일기자] ‘빛’ 황의조(FC서울)가 오른발 선제골을 터뜨린 축구국가대표 ‘클린스만호’가 종료 직전 엘살바도르에 한 방을 허용하면서 또다시 첫 승리에 실패했다. A매치 4경기째 무승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은(FIFA랭킹 27위)은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중미의 엘살바도르(75위)와 A매치 평가전에서 후반 4분 터진 스트라이커 황의조의 골로 앞서다가 후반 43분 알렉스 롤단에게 헤더 동점골을 허용하며 1-1로 비겼다. 지난 16일 페루전에서 0-1로 패한 한국은 6월 A매치 2연전에서도 승리를 얻지 못했다.
한국은 조규성이 최전방 선발 원톱으로 포진한 가운데 황희찬과 이강인이 좌우 윙어로 서고 이재성이 섀도 스트라이커로 뒷받침했다. 황인범과 박용우가 중원을 지켰고 김진수~박지수~정승현~설영우가 포백 요원으로 출격했다. 김승규가 변함 없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스포츠탈장 수술 여파로 지난 16일 부산에서 열린 페루전(0-1 패)을 벤치에서 지켜본 ‘캡틴’ 손흥민은 교체 명단에 포함됐다.
이달 24일 개막하는 북중미 골드컵 출전을 앞둔 엘살바도르는 지난 15일 일본 원정에서 경기 초반 퇴장 악재가 겹치면서 0-6 대패한 적이 있다. 한국전엔 골키퍼를 포함해 일본전 선발 요원과 비교해서 5명을 바꿨다. 브라얀 힐이 일본전에 이어 최전방을 지킨 가운데 크리스티안 마르티네스, 아롤드 오소리오가 2선에, 에락 카발세타가 수비진에 각각 새롭게 가세했다.
한국 사령탑 부임 이후 3경기 무승(1무2패)에 그친 클린스만 감독은 엘살바도르전에서 방심을 경계하고 첫 승리를 외쳤다.
한국은 전반에 볼 점유율 70% 우위를 보이며 초반부터 몰아붙였다. 이강인과 황희찬이 좌,우를 교차하며 상대 수비를 교란했다. 그러나 ‘일본전 참패 보약’을 마신 엘살바도르는 높은 수비 집중력으로 한국 공세를 틀어막았다.
한국은 전반 4분 이재성이 오른발 슛, 전반 9분 조규성이 장기인 헤더 슛으로 엘살바도르를 두드렸으나 상대 수문장 토마스 로메로에게 막히거나 골문을 벗어났다. 전반 13분엔 엘살바도르 수비 실수로 끊어낸 공을 이강인이 절묘한 아웃프런트 패스로 뒷공간을 파고든 조규성에게 연결했다. 그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오른발 슛을 시도했는데 골문 위로 떴다.
위기를 넘긴 엘살바도르는 일본전과 비교해서 간결하고 빠른 역습을 펼쳤다. 변화가 많은 한국 수비진의 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 17분 설영우의 패스 실수를 틈 타 나르시오 오레야나가 노마크 기회에서 오른발 슛을 때렸는데 다행히 빗맞았다.
주춤하던 한국은 이강인이 전반 20분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으로 흐른 공을 따낸 뒤 속임 동작으로 수비를 따돌리고 오른발 슛으나 높게 떴다. 그는 8분 뒤엔 오른쪽으로 이동해 특유의 탈압박으로 상대 견제를 이겨낸 뒤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왼발 중거리 슛을 때렸다. 이번에도 골문은 외면했다.
전반을 득점 없이 마친 한국. 클린스만 감독은 이재성을 빼고 황의조를 투입, 조규성과 최전방 투톱 형태를 이루게 했다. 페루전에서 후반 종반 투입된 황의조에겐 증명의 시간이 더 주어진 셈. ‘황의조 카드’는 보란듯이 적중했다.
후반 킥오프 4분 만이다. 황희찬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빠른 템포로 공을 따낸 뒤 오른쪽에 있던 황의조에게 연결했다. 그는 브라이안 타마카스와 카발세타 두 명이 가로막았으나 재빠르게 돌아선 뒤 상대 골문 왼쪽 구석을 가르는 땅볼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대전벌은 함성으로 가득했다.
A매치를 앞두고 K리그1에서 두 차례 연달아 전매특허인 감아차기 슛으로 부활을 알린 황의조는 대표팀에서도 제 가치를 뽐냈다. 그가 A매치에서 골 맛을 본 건 지난해 6월14일 이집트전(4-1 승) 이후 1년 만이다. 이 득점은 클린스만호 출범 이후 스트라이커의 첫 골이기도 하다.
한국은 후반 12분 박용우와 김진수 대신 홍현석, 박규현이 각각 투입됐다. 그리고 7분 뒤 또 한 번 기회를 잡았다. 이강인의 왼발 코너킥을 조규성이 문전에서 노마크 헤더로 연결했다. 정확하게 머리에 공이 닿았으나 골문을 벗어났다. 후반 23분엔 황희찬도 골문 앞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는데 헤더 슛이 허무하게 벗어났다.
달아오른 분위기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 카드’까지 꺼냈다. 조규성 대신 오현규, 황희찬 대신 손흥민을 집어넣으며 다득점 승리를 그렸다.
한국은 황의조가 선제골 이후에도 두 차례 위협적인 슛으로 상대를 흔들었다. 지속해서 공격을 퍼부으며 추가골을 노렸다.
하지만 엘살바도르도 포기하지 않고 맞섰다. 후반 43분 한국에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다. 박규현의 반칙으로 상대에 주어진 프리킥. 페널티박스 오른쪽에 놓인 공을 교체로 들어간 하이로 엔리케스가 한국 수비 뒷공간과 골문 사이로 절묘하게 차 올렸다. 이때 풀백 알렉스 롤단이 머리로 받아넣었다.
정적이 흐른 대전월드컵경기장. 한국은 막판까지 추가골을 노렸지만 더는 득점하지 못했다. 결국 한국은 황의조의 골로 승리에 다가서는 듯했지만 일본전 패배 이후 ‘각성 모드’로 돌아선 엘살바도르에 일격을 허용하며 무승부에 그쳤다. 클린스만호는 출범 이후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이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