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아리가또 고자이마시타, 미나상.”
세계적인 축구스타인 스페인의 ‘리빙레전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9)가 1일 일본 J리그 비셀 고베에서 고별전을 치른 뒤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일본어로 작별 인사했다.
5년의 일본 생활을 정리했다. 스페인 라 리가 명문인 FC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이끈 그는 2018년 J리그를 통해 아시아 무대에 입성해 화제를 모았다. 특유의 양질의 패스를 앞세워 고베의 주장 완장을 달고 뛴 이니에스타는 지난 2020년 1월 일왕배에서 정상에 오르며 구단에 사상 첫 우승컵을 안겼다. 지난 2021년 5월 이니에스타는 고베와 2년 연장 계약을 맺었는데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구단 재정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200억원 연봉을 삭감하기도 했다. 일본 생활에 만족해하고, 고베 구단을 위해 진심을 다했다.
고베는 이니에스타가 온 뒤 1군 뿐 아니라 유스 시스템에도 개혁 바람이 불면서 J리그 리드급 구단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정규리그 역사상 최고 성적인 3위를 차지하더니 올 시즌엔 승점 37(11승4무3패)로 요코하마 마리노스(승점 39), 나고야 그램퍼스(승점 37)와 우승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1984년생인 그 역시 세월을 피할 순 없었다. 잔부상 여파로 올 시즌 경기 출전 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애초 계약은 올해 말까지였는데 구단과 상호 합의 끝에 상반기에 조기 해지하기로 했다. 그는 현역 연장 의지를 밝히면서 타 리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니에스타는 홈구장인 고베 노에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콘사도레 삿포로와 J리그1 19라운드 경기에 선발 출격했다. 이 경기는 일찌감치 ‘이니에스타 고별전’ 테마로 꾸렸다. 8000만원이 넘는 이니에스타 VVIP 좌석이 판매돼 관심을 끌었다. 예상대로 만원 관중이 들어찼고, ‘영구 결번’인 이니에스타 등번호 8을 화두로 한 카드 섹션이 펼쳐져 진풍경을 이뤘다.
이날 고베는 삿포로와 1-1로 비겼는데, 이니에스타는 후반 12분 다이주 사사키와 교체돼 물러날 때까지 몇 차례 날카로운 킥을 뽐내며 홈 팬 앞에서 마지막 박수를 받았다.
경기 직후 장내는 조명이 꺼지고 이니에스타와 안나 오르티스, 4명의 자녀를 비췄다. 성대한 은퇴식이 펼쳐졌다. 미키타니 히로시 고베 회장이 이들과 포옹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
‘데일리스포츠’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니에스타는 마이크를 잡고 “5년 전 고베에 왔는데 당시엔 이 여행이 아름답고 감동적인지 상상할 수 없었다. 많은 분이 첫날부터 우리에게 존경과 사랑을 보여줬다”며 “가족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여러분은 진정으로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또 “2018년 이곳에 왔을 때 고베를 더 크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해냈다고 느낀다. 여러분 모두 내가 이 팀에 느낀 자부심을 느꼈으면 한다”면서 “선수이자 사람으로 성장했고 팀 동료, 스태프, 팬, J리그 모든 분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작별 인사를 해야할 시간이나 작별은 싫다. 다음에 또 보고 싶다. 일본은 우리에게 집과 같다”면서 일본어로 “아리가또 고자이마시타, 미나상”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고베 서포터는 이니에스타의 응원가를 크게 불렀는데 그와 아내 모두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이니에스타와 고베의 5년 동행은 아름다운 이별로 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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