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블랙핑크의 재계약 이슈에 또 한 번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휘청이고 있다.
2016년 데뷔한 블랙핑크는 오는 8월 YG와 전속계약 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 12일 블랙핑크 멤버 리사의 재계약이 불투명해졌다는 소식에 이날 YG 주가가 장중 8% 넘게 급락했다.
블랙핑크 재계약 불발설 제기가 주가 하락세로 이어진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들의 이적설이 제기될 때마다 YG 주가는 요동쳤다. YG에서 블랙핑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막대한지, 오는 8월 전속계약 만료를 앞둔 블랙핑크의 향방에 세간의 이목이 얼마나 쏠려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동안 YG를 지탱해온 빅뱅은 지난해 미니앨범 발매를 끝으로 사실상 활동 중단에 들어갔으며, 지드래곤을 포함한 모든 멤버가 계약을 종료했다. 이에 따라 블랙핑크 의존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2022년 3분기에는 YG 앨범판매 매출의 90%를 블랙핑크가 담당했을 정도다. 이들의 재계약이 불발될 경우 YG는 매출에 커다란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150만명 규모의 월드투어,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나서는 걸그룹은 블랙핑크뿐이다. 블랙핑크는 K팝 그룹 중 그 어떤 걸그룹보다 글로벌적으로 성공한 그룹으로 꼽히지만, 지난해 말부터 재계약 이상신호가 제기되면서 회사의 기둥이자 리스크가 됐다.
YG잔류·더블랙레이블행·각자도생, 블랙핑크의 선택은?
현재 블랙핑크를 둘러싼 시나리오는 세가지다. 첫 번째는 제니, 로제, 리사, 지수 네 명 모두 YG와 재계약을 하는 것이다. YG로서는 블랙핑크 멤버들을 절대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YG가 이전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재계약을 성사할 가능성이 있다.
멤버들도 지난달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월드투어 콘서트에서 재계약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로제는 “우리 음악을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블랙핑크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 해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로제가 블랙핑크의 재계약 문제로 불안해하고 있을 팬들을 생각해 한 발언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마냥 전원 재계약을 낙관할 수만도 없다. YG는 그동안 재계약에 대해 “논의 중”이란 말 외에 공식적인 언급이 전무했다.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의 데뷔를 9월로 확정한 게 블랙핑크 재계약 불발을 염두에 둔 방안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가요계 역시 전원 재계약은 무리라는 의견이 상당수다. 재계약까지 가려면 걸림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블랙핑크와 친분이 깊은 더블랙레이블행이다. 더블랙레이블은 그룹 원타임 출신 음악 프로듀서 테디가 이끄는 음악 레이블로 YG의 관계 회사다. 데뷔부터 블랙핑크의 히트곡을 만들어온 테디가 수장으로 있는 데다 테디 외에도 더블랙레이블 소속 프로듀서들과 YG 아티스트들의 인연이 깊기 때문에, YG보다는 더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그룹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블랙핑크가 더블랙레이블을 택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최근 빅뱅 태양이 16년간 몸담은 YG를 떠나 더블랙레이블과 계약을 맺은 선례가 있다. 지난 4월 태양은 기자간담회에서 이적과 관련해 “더블랙레이블의 프로듀서들과 꾸준히 음악적인 교류를 해와서 어찌 보면 소속사의 이적은 제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며 더블랙레이블 스태프들의 많은 지지가 이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최근 리사는 더블랙레이블로 이적한 태양의 신곡 ‘슝!’으로 협업을 진행하는 등 친분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지막은 멤버들의 ‘각자도생’이다. 각자 원하는 소속사와 계약하는 방안이다. 누군가는 YG에 남을 수 있지만 누군가는 이적할 가능성이 있다.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기도 하다.
이미 멤버들 개개인의 수입이 중견기업 수준으로 상승한 상태다. 네 멤버 모두 솔로 앨범으로 역량을 충분히 확인했고 지수는 연기자로서 발전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다양한 브랜드의 홍보대사로도 왕성히 활동 중이며 그룹 활동으로 얻는 수익보다 개인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많아 남은 커리어 기간 개인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바람이 당연할 수 있다.
특히 팀내 유일한 해외 멤버인 태국 출신 리사는 동남아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다양한 글로벌 업체로부터 수백, 수천억 수준의 거액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또한 과거 전속계약 해지가 곧 그룹의 해체를 의미하던 것과 달리 최근엔 7년 차가 지난 그룹들이 소속사를 나와 배우, 예능, 솔로 등 각자의 2막에 집중하면서 그룹으로서의 앨범을 내는 등 롱런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15주년 앨범을 발매한 소녀시대가 대표적이다. 블랙핑크도 각자의 역량을 살릴 수 있는 회사와 계약하거나 1인 기획사로 독립한 뒤 블랙핑크로서는 부수적인 활동 없이 앨범을 발매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팀 상표권을 가진 YG와의 원만한 협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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