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직=황혜정기자] “너무 짜릿하고 기분이 좋네요. 허허.”

역대 2번째 기록까지 꼬박 41년이 걸렸다. 그리고 41년 전 주인공이 공교롭게도 현장에서 그 장면을 직접 봤다.

채은성(33·한화)이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만루 홈런을 쏘아올렸다.

채은성은 이날 나눔 올스타 3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세 번째 타석인 4회말 2사 만루에서 구승민(롯데)의 초구를 때려내 좌월 홈런을 뽑아냈다.

앞서 선두타자 박건우가 구승민을 상대로 중전 안타로 출루했고, 박동원 역시 좌전 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들었다. 김주원이 좌익수 플라이로 돌아섰고, 김혜성도 1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아웃됐지만, 이정후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해 2사 만루가 됐다.

채은성은 구승민의 시속 141㎞ 초구 속구부터 강하게 배트를 돌렸다. 타구가 쭉 뻗어나가 사직구장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2.2m, 타구 속도 시속 167㎞, 발사각도 30도인 만루홈런이었다.

올스타전에서 만루홈런이 나온 것은 역대 2번째다. 첫 만루홈런은 1982년 7월 4일 동대문 운동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김용희(롯데)가 터트린 만루포다.

마침 현장에 김용희가 와 있었다. ‘역대 롯데 미스터 올스타’ 자격으로 시구를 하러 온 것이다.

이날 스포츠서울과 통화가 닿은 한국야구위원회(KBO) 김용희 경기위원장은 “현장에서 채은성의 만루홈런을 보는 데 너무 짜릿했다. 만루가 됐기 때문에 하나 쳐주면 좋겠다 싶었는데 딱 나왔다. 그래서 기분이 너무 좋다”며 웃었다.

김용희 위원장은 “역대 2번째인 줄 몰랐다. 이미 전에 몇 번 나왔을 거라 생각했다. 기록은 깨지기 마련인데 오늘 만루홈런이 나와서 상당히 기분 좋다”고 했다.

롯데 출신인 그가 사직구장에서 채은성의 만루홈런을 직관했다. 김 위원장은 “다른 곳도 아니고 사직구장에서 봤다. 또 중계나 신문으로 본 것이 아니라 직접 봐서 더 뜻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982년 프로야구 원년 멤버로 원년 미스터 올스타(MVP)이기도 하다. 그는 “내가 프로야구 선수로 뛸 당시엔 구장, 인프라, 선수 상황 등 모든 게 열악했다. 그런데 41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많이 발전한 모습을 보니 좋다. 프로야구가 팬들께 많은 질책을 받기도 했지만, 계속 이렇게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한다. 앞으로 한국 프로야구가 국민들께 신선한 재미를 줄 수 있는 널리 사랑받는 스포츠로 계속되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et16@sportsseoul.com